의료기관 내 진료중인 장소에서 사람을 폭행·협박, 교사·방조한 경우,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를 도입해야 하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의미하는 것으로, 폭행죄, 존속폭행죄, 협박죄, 존속협박죄, 명예훼손죄, 출판물 등에 관한 명예훼손죄, 과실상해죄 등이 포함된다.
10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이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시민·환자·소비자단체의 강력 반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환자단체는 '의료기관 내 진료중인 장소에서 사람을 폭행·협박, 교사·방조할 경우, 반의사불벌죄를 도입'토록 수정해 사회적 논의를 펼칠 것을 제안했다.
이 환자단체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암시민연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환자단체는 우선 환자가 치료받고 간호 받아야 하는 공간은 폭행협박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의사, 간호사뿐 만 아니라 환자도 마찬가지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 진료중이거나 간호중인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나 환자보호자로부터 폭행협박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특히, 생사가 경각에 달려있는 대형병원 중증질환 환자나 환자보호자는 병실이나 진료실에서 의료인으로부터 유·무언의 협박을 느끼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 내 진료중인 장소에서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하면 환자나 환자보호자만 가중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약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보안요원, 병원직원 등 모든 사람을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비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 화해의 가능성까지 배제시켜 놓은 것은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를 과도하게 보호하기 위한 입법권의 남용이며, 법익균형성과 형벌체계성을 무시한 입법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환자단체는 또 폭행, 협박이 대부분 '욱'하는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의사불벌죄'를 인정해 화해를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즉, 진료실에서 폭행·협박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와 환자간의 신뢰형성이며, 형벌의 가중처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환자단체는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을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적어도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기관 내 진료중인 장소에서 사람을 폭행·협박하거나 이를 교사·방조해선 아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내의 벌금을 처할 수 있고,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로 문구를 수정해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이러한 제안을 지금까지의 소모적인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 관련 의료법 개정안' 논쟁을 끝내고 '폭행·협박 없는 안전한 진료실 환경 만들기'에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와 환자 및 환자보호자가 함께 지혜와 힘을 모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 관련 의료법 제12조 제2항 및 제87조 제1항에 대해 이학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012년 12월 3일 '진료중인 의료인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내의 벌금을 처할 수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아울러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4일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 또는 협박해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