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인 중 27.6%는 평생동안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앓은 적이 있는 가운데 특히, 여성의 우울증상경험률 및 우울장애유병률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2조1156억 원(2005년 기준)인 것으로 추산돼 보건의료 및 복지적 접근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 성인의 성별 정신건강 수준 차이(우울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전진아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인 우울을 중심으로 횡단 및 종단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성인의 우울 수준에서의 남녀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우울을 포함한 기분장애와 불안장애는 여성에게서, 알코올/약물중독 및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남성에게서 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여성의 우울증상경험률 및 우울장애유병률은 남성보다 약 2배 이상 높았고, 여성의 우울수준 역시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우울수준의 경우, 남성의 대부분은 낮은 우울수준을 보이며, 중간이나 높은 우울수준을 보이는 남성들도 시간에 따라 약간씩 그 정도가 감소하고 있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비록 대부분이 낮은 우울 수준을 보이기는 하지만,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우울 수준이 증가하거나 높은 우울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 집단이 전체 여성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연구를 실시한 전진아 부연구위원은 "실질적인 문제는 이러한 높은 정신건강 문제에도 불구, 남녀 모두 보건의료적 접근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성인의 네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을 앓았음에도 '정신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약 15%에 불과하다는 현실도 지적됐다.
따라서 정신의료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비용과 접근성, 부정적 인식과 차별 등 복지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전 부연구위원은 또 "초기상담과 개입, 치료 및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정신보건 의료 및 서비스 전달체계가 유기적으로 정비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점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상 경험률이 훨씬 높았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2009년년 기준 남성은 9.7%가 우울증상을 경험했지만, 여성의 경우는 무려 18.3%에 달했다. 따라서 성별차이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신건강 증진 전략이 구축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전 부연구위원은 "우선 우울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접근이 시급하다"며, "WHO(세계보건기구)도 여성을 타깃화한 우울 감소 정책이 질병부담을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WHO는 각 질병으로 야기되는 장애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신질환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우 큰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으로 야기되는 부담이 세 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는 2020년에는 10개의 주요장애 원인 중에 정신장애 5개가 포함될 것으로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