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성생활을 1년 이상 지속해도 임신되지 않는 '불임환자'는 30대 후반∼40대 초반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혼과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30대 후반∼40대 초반 남성 불임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이 최근 5년간(2008∼2012년)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불임'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환자는 2008년 16만2000명에서 2012년 19만1000명으로 연평균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증가율은 남성 11.8%, 여성 2.5%로 남성에서 급증 세를 보였다.
건보공단 일산병원 정재은 산부인과 교수는 남성에서 불임이 급증한 것과 관련, "과거에는 불임을 모두 여성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사회적 풍조가 있었으나 불임의 원인 제공은 남성인자도 분명히 있는 바, 근래에 남성 인자에 대한 검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불임 치료를 받는 남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업무 스트레스, 고령화, 환경호르몬 등으로 인한 남성인자의 증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남성인자 검사 전 약 10일 정도 금욕생활을 하고 금연, 금주 후 검사를 하면 과거 정자의 운동이 좋지 않았던 경우도 회복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임여성(20∼49세)의 나이를 고려해 최근 5년간 인구 10만명당 진료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35∼44세에서 급증(연평균 증가율 16.2%)했고, 그 뒤를 이어 45∼49세에서 연평균 12.8% 상승했다.
여성은 35∼39세에서 가장 크게 발생(연평균 증가율 10.8%)한 가운데 이어 40∼44세에서 연평균 10.5% 증가했다.
지난 2012년 기준, 연령별 인구 10만명당 진료환자수는 30∼34세 여성이 3658명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35∼39세 1920명, 25∼29세 여성이 1352명 순(順)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30대 후반, 40대 초반에서 불임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정재은 교수는 "결혼 시기가 30대 초반 이후로 늦춰지고, 사회적 기반을 잡은 후 본격적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시기가 30대 중반으로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 통상 결혼 후 1∼2년은 자연 임신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뒤 병원을 찾게 되는 시기는 35세 이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대에서 불임이 감소하는 것과 관련해 "결혼 적령기가 20대 중반이 아닌 30대 초반으로 늦춰지고, 20대에 사회적 기반을 잡기 위해 임신을 미루는 상황에서 불임 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불임'으로 인한 건보 진료비는 2008년 182억원에서 2012년 230억원으로 1.3배 상승했으며, 건보공단에서 지급한 2012년 급여비는 143억원에 달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체외수정시술 및 인공수정시술 등 특정치료를 요하는 일정 소득계층 이하의 난임 부부에게 시술비 일부를 지원해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w.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보건복지콜센터(129)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