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간경화를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8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서울대약대 김상건 교수팀은 '만성 간질환(간섬유화) 환자의 마이크로RNA(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작은 리보핵산)를 조절해 간 세포 죽음을 억제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마이크로RNA는 우리 몸에 있는 생체조절물질 중 하나로, 비정상적으로 발현되면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간섬유화와 간경화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술, 약물 등에 의해 간 손상과 재생이 반복되면서 간세포가 사멸하고, 간이 딱딱해지면서 간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간 질환은 심하면 간경화나 간암으로까지 진행되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지금까지는 주로 간 이식에 의존해왔다.
김 교수팀은 간경화 환자에게서 간세포의 손상이 진행될수록 특정 마이크로RNA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변화가 간섬유화와 간경화에서 세포 손상을 촉진하는 중요한 원리임을 밝혀냈다. 특히, 이 마이크로RNA는 항산화능과 항암작용에 관여하는 단백질(LKB1)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구팀은 간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단백질(핵수용체, FXR)을 활성화하면 마이크로RNA의 양을 줄여 간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팀에 의하면 'miR-199a-3p'라는 마이크로RNA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 간세포 손상이 촉진돼 만성 간 질환 초기 증세인 간섬유화증이 간경화로 악화됐다. 이 마이크로RNA는 항산화ㆍ항암 작용을 하는 단백질(LKB1)도 억제시켜 세포 손상을 일으켰다.
반면 연구팀이 간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핵수용체(FXR)를 활성화시켰을 때는 간 손상이 억제됐다. 즉 이 핵수용체를 활성화시키면 마이크로RNA의 양을 줄여 간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에 밝힌 핵수용체와 마이크로RNA를 조절하면 여러가지 원인으로 손상된 간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서구화된 식단과 과도한 음주 등 현대인의 습관과 환경이 간에 부담을 줘 간섬유화 환자가 늘고 있지만 간이식을 제외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가 의약품 개발에 적용되면 만성 간질환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김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소화기 연구분야 국제학술지인 '소화기병학(Gastroenterology)' 온라인판에 지난달 18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