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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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로 의사 수 백명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뒷돈 근절'을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4일 의협 회관 동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약품 처방을 대가로 의사 개인이 직간접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권리지만 선택에 대한 대가 수수는 권리가 아니다"며 앞으로 자체 윤리규정을 마련해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료계는 불법 리베이트의 주원인으로 ▲정부의 잘못된 약값 정책 ▲복제약 중심의 영업 관행 ▲진료비만으로 병의원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가 등을 지목했다.
이날 의협과 의학회가 "리베이트를 없애려면 이러한 구조적 원인을 모두 제거해야 하지만 이에 앞서 의료계가 근절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한 점은 시의적절한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리베이트 제공자 뿐 아니라 수수자까지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제' 법령을 개정하라고 정부에 촉구한 것이나,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뒷돈 근절' 선언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모든 책임을 정부와 제약업계에 전가시킨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 금지”와 같은 조치는 오죽 답답하면 面對를 드러 내놓고 꺼릴까 라고 이해는 되지만 의약산업의 동반자적 발전과 “신약정보 습득의 기회”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함께 일부 의사 사이트를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번지고 있는 “모 제약회사의 제품 불매 촉구” 댓글들도 감정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모양이 썩 좋지는 않다.
이날 의료계가 제약업계를 향해 '리베이트 공세'를 중단하고 이른 시일 안에 의료계를 따라 단절 선언에 나서라고 요청한 것이나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의료계, 제약업계,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의산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은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감사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이 의약계의 제도-기능적 치유책을 제시하지 않고, 代案없는 司正메카니즘을 남발하고 있는데 대한 우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리가 있는 곳에 司正이 있어야 함은 상식이다. 그러나 그러한 司正도 의약계의 것들, 즉 의사와 의료기관, 제약업계가 관련된 사안들의 경우는 이야기가 간단치가 않다. 정부당국도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의료보험 실시이후 격심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물론 상대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제약업계에선 존폐의 위기감을 생각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일반이 상당한 오해를 갖고 있는 리베이트 문제도 약을 더 팔기 위한 수단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현재의 의료 환경 하에서는 그나마 도와줘야 의료기관이 연구하고 진료하는 최소한의 숨통이 되었다는 점도 십분 고려되어야 한다.
저렴한 진료수가, 최저 수준의 보험약가 산정, 보험재정의 누수, 규제 일변도의 보험행정 등. 이로 인해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차제에 의료계는 자체 윤리규정을 보다 정착시켜 나가야 하며, 제약업계는 경쟁력 있는 제품의 개발로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사당국은 악의적인 리베이트 수수자와 선량한 피해자를 가려내 의사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구분해야 하며, 보건복지부 또한 정황적 증거만으로 행정처분을 남발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의사단체가 제안한 '의산정 협의체'가 생산자와 수요자, 그리고 정부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제도 창출의 先行이 되기를 기대한다.
【황보 승남국장 hbs54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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