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탐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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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병, 어릴 때 집중 치료해야”
8주간 치료프로그램으로 수술없이 완치
복지부, 특수 분유와 영양식 무료 제공
“크론병을 제대로 치료 않고 어른이 되면
장이 딱딱해지고 협착이 생기기 때문에
50% 이상에서 수술이 불가피해집니다”
“크론병은 성장기인 소아청소년 환자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어린 시기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 대책이 요구됩니다. 또한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국가나 지자체, 보건당국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부모들이 아픈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치료 과정에서 조바심을 늦추는 등 의료진과 환자와 부모가 ‘한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의 하나인 ‘크론병’ 환자가 국내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4년 크론병 진료 환자는 1만7284명으로, 2009년에 비해 5년 만에 41.3% 증가했다.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 치료 권위자인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크론병은 조기에 집중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어릴 때 제대로 치료하면 대부분 환자에서 수술을 안 하고도 완치와 함께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이상의 만성설사와 복통 혹은 혈변, 체중감소, 항문병변(누공·치열·치질 등) 3가지가 있으면 크론병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크론병은 무엇보다 체중감소가 특징적입니다. 3~6개월에 5~10㎏이나 빠지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소아 환자들은 대개 영양부족 상태에서 병원에 옵니다. 늘 복통이나 설사에 시달리죠. 이런 아이들은 소아소화기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으로 빨리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크론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어른으로 넘어가면 장이 딱딱해지고 협착이 생기기 때문에 50% 이상에서 수술이 불가피해집니다.”
크론병은 식도, 위, 소장, 대장과 항문에 이르기까지 위장관 어느 곳에서라도 발병하는, 증상의 악화와 재발을 반복하는 원인불명의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유전, 면역, 환경 요인 등 다양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크론병을 치료하려면 전문적인 집중치료가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적절한 영양공급이 시급한데, 환자들이 소화를 못 시키기 때문에 특수한 영양식(분유나 특수조제식)이 꼭 필요하다.
처음 2개월 정도는 특수영양식만을 먹고 이후는 특수식과 일반식을 병행하면서 주치의와 더불어 병원 영양지원팀의 도움을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만 0~18세의 크론병 환자에게 균형영양식 ‘엘리멘탈028엑스트라’(1~18세)와 아미노산 분유 ‘네오케이트’(0~1세) 등 특수영양식을 지원하고 있다. 특수영양식 신청은 매월 1~5일 지역 보건소에 지원신청서와 구비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최 교수팀은 8주간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특수영양식만 공급하고, 다른 음식을 금지한다. 약물치료는 조기에 생물학적제제와 면역억제제를 동시에 투여한다. 이러한 약물 동시 투여시 면역억제제와 생물학적제제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삼성서울병원처럼 적정 약물의 농도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안전하고 안정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8주간 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85~90%는 내시경과 혈액검사, 대변검사 등 여러 검사에서 호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년 후 평가를 했을 때 대부분에서 잘 유지가 됩니다. 그러나 최대한의 적극적 치료를 해도 치료가 잘 안되는 나머지 ‘치료 불응성’ 환자들은 결국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테로이드나 염증치료제에 의존하다 결국 수술을 하는 악순환은 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크론병 치료 과정이나 치료 후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짜고 달고 맵고 기름진 음식 제한,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 피하기, 적절하고 꾸준한 운동, 스트레스와 피로 방지 및 적절한 해소 등을 위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최연호 교수는…
소아 크론병 치료와 적절성 연구 등 주도
최연호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 및 궤양성대장염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치료의 적절성 연구와 치료 약물의 모니터링 등을 주도하고 있는 의학자이다.
1988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 서울대병원 전공의·전임의, 육군 군의관 등을 거쳐 2001년 성균관대 의대 교수 및 삼성서울병원 스태프가 됐다.
현재 의대 교육부학장, 병원 환자행복추진실 차장, 해피 스피리트(Happy spirit) 팀장, 영양관리위원 등을 맡고 있다.
*글·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건강과학팀장) / *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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