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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약, 피임 효과 떨어뜨려
호르몬 분해 촉진, 결과적으로 피임효과 낮춰

뇌전증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항경련제가 호르몬 피임제의 효과를 떨어뜨려 원치 않는 임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University of Pittsburgh School of Medicine) 연구팀은 호르몬 피임제를 사용하는 뇌전증 여성 약 3명 중 1명이 피임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는 항경련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됐다.

연구를 이끈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신경과 조교수 로라 커크패트릭(Laura Kirkpatrick) 박사는 "항경련제와 호르몬 피임제의 동시 처방은 단기간에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며 "상당수 환자에서 두 약물의 복용 기간이 수개월 동안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약물 상호작용은 피임 실패로 이어져 원치 않는 임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뇌전증 환자는 임신 중 합병증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일부 항경련제는 태아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임신 전 계획과 약물 관리가 중요하다.

연구 책임자인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장 페이지 페넬(Page Pennell) 박사는 "뇌전증 환자에게 임신 계획은 매우 중요하지만, 일부 항경련제가 특정 호르몬 피임제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약물은 체내 약물대사 효소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효소 유도성 항경련제(enzyme-inducing antiseizure medications)'다. 이들 약물은 피임제에 포함된 호르몬의 분해를 촉진해 체내 호르몬 농도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피임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카르바마제핀(carbamazepine), 옥스카르바제핀(oxcarbazepine),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 페니토인(phenytoin),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등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약물 상호작용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의료급여제도 메디케이드(Medicaid)의 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가임기 뇌전증 여성 약 11만1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약 22%, 약 2만2000명은 호르몬 피임제와 피임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경련제를 모두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상 피임법에는 경구피임약, 피임 패치, 질내 피임링, 피하 이식형 피임제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 호르몬 피임제와 항경련제를 함께 처방받은 여성의 약 33%는 두 약물의 처방 기간이 최소 14일 이상 겹친 경험이 있었다. 처방 중복 기간의 중앙값은 약 7개월로, 절반은 이보다 길고 나머지 절반은 짧았다.

특히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이러한 약물 중복 처방을 받을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다.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와 35세 이상 여성에서도 피임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는 약물 중복 처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연구팀은 모든 피임법이 항경련제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호르몬 방출형 자궁내장치(IUD)와 구리 자궁내장치는 효소 유도성 항경련제에 의해 피임 효과가 감소하지 않아 뇌전증 여성에게 고려할 수 있는 피임 방법이다.

커크패트릭 박사는 "뇌전증 환자들은 모든 피임법이 항경련제와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충분한 의학적 상담과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선호도와 건강 상태에 적합한 피임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항경련제와 호르몬 피임제의 처방 중복 양상을 분석한 것으로, 실제 피임 실패나 원치 않는 임신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커크패트릭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는 임신 결과나 실제 피임 실패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약물 중복 처방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뇌전증 여성의 진료 과정에서 항경련제와 피임제의 상호작용을 사전에 확인하고, 임신 계획과 피임 방법에 대한 개별화된 상담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출쳐=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news release, Oct. 7, 2026; University of Pittsburgh, news release, Oct. 7, 2026> <이미지=chatgpt>

[김민서 기자] als11tj@daum.net
[성인병뉴스]   기사입력 2026-10-21,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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