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한 경우뿐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경우에도 심장 리듬 이상인 ‘심방세동’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장년층에서 널리 사용되는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은 단순히 수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정상 범위 내에서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치료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낮은 테스토스테론(Low T)’이 중·장년 남성의 주요 건강 문제로 주목받으면서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노화 방지나 활력 증진을 위한 일종의 ‘젊음의 묘약’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 역시 심장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미국 캔자스시티 재향군인 의료센터(Kansas City Veterans Affairs Medical Center)의 심장전문의 라자트 바루아 박사(Dr. Rajat Barua) 연구팀은 기존 연구 자료를 종합 분석해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심혈관계 위험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연구 결과는 최근 ‘내분비학회지(Journal of the Endocrine Society)’에 발표됐다.
▲너무 낮거나 높으면 심방세동 위험↑
연구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심방세동 위험 사이에는 이른바 ‘U자형 관계’가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너무 낮아도, 반대로 너무 높아도 심방세동 위험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심방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이다. 심장 내부에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서 혈전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에 따라 장기간 또는 평생 혈액을 묽게 하는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바루아 박사는 “테스토스테론이 너무 적은 경우와 너무 많은 경우 모두 서로 다른 생물학적 기전을 통해 심방세동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테스토스테론 치료에서 투여 용량과 목표 수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심장의 전기적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이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과도하면 심장의 정상적인 전기 신호에 영향을 미쳐 비정상적인 심장 리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테스토스테론 치료, 무조건 높이는 게 능사 아니다
연구진은 특히 중·장년 남성에게 널리 처방되는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Testosterone Replacement Therapy·TRT)에 주목했다.
바루아 박사는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은 중년과 고령 남성에게 널리 처방되고 있으며, 심방세동은 뇌졸중 위험을 높이고 종종 평생 혈액 희석제를 복용해야 하는 심장 리듬 질환”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치료의 목표는 수치를 가능한 한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생리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연구진은 총 테스토스테론(total testosterone)을 정상 범위의 중간 정도인 350~550ng/dL 수준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정상 범위의 상한선까지 무리하게 끌어올리는 치료는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격하게 오르내리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약물이 방출되는 제제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치료 중 심장 리듬·혈압·혈액검사 함께 살펴야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받고 있다면 호르몬 수치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은 치료 과정에서 심장 리듬을 비롯해 혈액검사, 혈압, 신장 및 간 기능 등을 꾸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루아 박사는 “이번 검토 연구가 강조하는 것은 치료를 환자 개인에 맞춰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심방세동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도 함께 살펴야 한다. 연구진은 비만, 수면무호흡증, 고혈압, 음주 등을 주요 고려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요인 자체가 심혈관계 건강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수치만을 기준으로 치료 여부나 용량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 치료 중이라면 이렇게 관리해야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를 사용하고 있거나 치료를 고려하고 있다면 임의로 용량을 늘려 ‘높은 수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치료 전 정확한 혈액검사를 통해 실제 테스토스테론 결핍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수치를 측정해 적정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치료 도중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거나 ⦁맥박이 불규칙하게 느껴지고 ⦁숨이 차거나 ⦁어지럼증·실신 등이 나타난다면 부정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의료진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비만이나 고혈압이 있다면 체중과 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코골이가 심하거나 자는 동안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춘다는 말을 듣는다면 수면무호흡증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음주 역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테스토스테론은 ‘높을수록 좋은’ 호르몬으로 볼 수 없다. 이번 연구는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한 상태뿐 아니라 과도하게 높은 상태에서도 심방세동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을 시행할 때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적정 용량을 사용하고, 정상 범위의 중간 수준을 목표로 하면서 심혈관계 상태를 함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