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시행하는 호르몬 치료(Hormone Therapy·HT)가 여성의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난소 제거 등 수술로 폐경을 겪은 여성에서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University of East Anglia) 연구팀은 호르몬 치료를 받은 폐경 여성의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발병 위험이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보다 16%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26일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스 앤드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됐다.
특히 수술로 폐경을 경험한 여성에서는 호르몬 치료와 치매 위험 감소의 연관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보다 모든 유형의 치매 발생 위험이 26% 낮았다.
연구 책임자인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노리치 건강노화연구소(Norwich Institute for Healthy Aging) 소장 앤마리 미니헤인(Anne-Marie Minihane) 교수는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은 한 번도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보다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이 약 10% 낮았으며, 알츠하이머병 형태의 치매 위험은 16% 낮았다”고 말했다.
▲폐경 여성 18만 명, 평균 13년 추적 관찰
연구팀은 영국의 대규모 장기 건강 연구 프로젝트인 UK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참여한 폐경 후 여성 18만 명 이상을 평균 13년간 추적 관찰했다.
추적 기간 동안 약 4000명의 여성에게 치매가 발생했다. 분석 결과, 호르몬 치료를 최소 1년 이상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난소 제거 등의 수술로 폐경을 겪은 여성에서 호르몬 치료의 이점이 컸다.
미니헤인 교수는 “난소 제거와 같은 수술로 폐경을 경험한 여성에게 호르몬 치료가 특히 유익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그룹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은 치료받지 않은 여성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약 26% 낮았다”고 말했다.
▲평생 에스트로겐 노출 적었던 여성도 효과 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에 평생 상대적으로 적게 노출된 여성 역시 호르몬 치료를 통해 더 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경이 늦었거나 폐경이 일찍 찾아온 여성처럼 체내 에스트로겐에 노출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여성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여성의 치매 위험은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경우 약 16% 낮았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APOE4 유전자 변이(APOE4 gene variant)를 가진 여성에게서도 긍정적인 연관성이 관찰됐다.
APOE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여성 가운데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약 13% 낮았다.
미니헤인 교수는 “APOE4 보유자는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으로 간주되며 확립된 예방 방법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46~56세에서 효과 가장 커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도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46~56세 사이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여성에게서 치매 위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는 호르몬 치료를 고령에 시작하는 것보다 폐경 시기에 가깝게 시작했을 때 더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이른바 ‘결정적 시기 가설(critical window hypothesis)’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미니헤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호르몬 치료가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하지 않으며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근거를 더한다.”면서 “호르몬 치료는 오랫동안 안면홍조나 야간 발한 같은 폐경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주로 처방돼 왔지만, 이번 연구는 일부 여성에게서 장기적인 인지 건강에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약’처럼 사용해선 안 돼
다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호르몬 치료가 치매를 직접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폐경 여성의 건강 자료를 장기간 추적해 호르몬 치료 여부와 치매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으로, 위험 감소 수치는 인과관계 자체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치매 예방만을 목적으로 임의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기보다는 개인의 폐경 시기와 증상, 수술적 폐경 여부, 연령 및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실생활 건강 팁
폐경기 안면홍조, 수면장애, 야간 발한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라면 호르몬 치료가 자신에게 적합한지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난소 제거로 갑작스럽게 폐경을 겪었거나 조기 폐경을 경험한 경우에는 치료의 잠재적인 이점과 위험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호르몬 치료는 종류와 투여 방법, 시작 연령 등에 따라 효과와 위험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처방을 따라 하거나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임의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호르몬 치료 여부와 별개로 규칙적인 신체 활동, 균형 잡힌 식사, 금연, 적절한 음주 관리,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 충분한 수면과 사회적·인지적 활동 등 전반적인 뇌 건강관리도 함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University of East Anglia, news release, Aug. 26, 2026; Alzheimer’s & Dementia, Aug. 26, 2026> <이미지=chatgpt>
[김민서 기자] als11tj@daum.net
[성인병뉴스] 기사입력 2026-09-16,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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