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을 하루 이틀 빼먹는 정도는 건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질 뿐 아니라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연구팀은 혈압약 복용 순응도와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독일 뮌헨(Munich)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ESC)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연구를 진행한 옥스퍼드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 첸첸 양(Qianqian Yang)은 “‘환자가 먹지 않는 약은 효과가 없다’는 말을 이번 연구 결과가 다시 한번 뒷받침한다.”면서 “복약 순응도가 낮은 환자들은 심혈관계 측면에서 얻는 이점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었던 반면, 순응도가 높은 환자들은 혈압이 더 크게 낮아졌고 심혈관질환 발생 예방 효과도 더 컸다”고 설명했다.
▲9만1000명 이상 자료 분석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 30~79세 성인 가운데 약 14억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에 실시된 9건의 혈압약 임상시험 자료를 통합해 분석했다. 연구에 포함된 사람은 모두 9만1000명 이상이었다.
연구진은 처방된 혈압약을 전체 복용 기간의 80% 이상 복용했는지를 기준으로 참가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구분했다. 약을 80% 미만으로 복용한 사람은 ‘낮은 복약 순응도(low adherence)’ 그룹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연구 첫해에는 약 88%가 처방대로 약을 복용했지만 5년째에는 그 비율이 79%로 낮아졌다.
양 연구원은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임상시험 환경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혈압약 복용, 심혈관질환 위험 11% 감소
복약 순응도가 높은 환자에서는 치료군과 비교군 사이의 수축기 혈압 차이가 5.2mmHg로 나타났다. 반면 복약 순응도가 낮은 환자에서는 그 차이가 3mmHg에 그쳤다.
수축기 혈압은 혈압을 측정했을 때 위에 표시되는 숫자로,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내보낼 때 혈액이 동맥벽에 가하는 압력을 의미한다.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한 사람은 뇌졸중, 심근경색, 심장질환 또는 심부전과 같은 심혈관계 사건을 겪을 위험이 11% 낮았다.
양 연구원은 “고혈압 치료제를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쁜 건강 결과와 관련돼 있다는 근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고혈압을 관리할 때 의료진이 환자에게 처방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유럽심장학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Communication Committee) 위원장 펠릭스 마푸드(Felix Mahfoud)도 이에 동의했다.
마푸드 위원장은 “그동안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약물 비순응 문제를 오랫동안 간과해 왔다”며 “환자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 효과를 놓치지 않도록 복약 순응도 평가를 고혈압 진료의 일상적인 과정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환자가 약을 복용하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편견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이를 해결해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상 없으니 하루쯤’ 임의로 거르지 말아야
고혈압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혈압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해 약을 거르거나 임의로 중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처럼 복약 순응도가 낮아지면 혈압 강하 효과가 감소하고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 역시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혈압약을 처방받았다면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용량과 시간에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용을 자주 잊는다면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하기 ⦁휴대전화 알람이나 약 복용 알림 이용하기 ⦁요일별 약통 활용하기 ⦁약 복용을 양치나 식사 등 매일 하는 행동과 연결하기 등의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약을 먹은 것을 잊었다가 뒤늦게 생각났을 때는 임의로 두 배 용량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약마다 놓친 복용분에 대한 대처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처방받은 약의 복약지침을 확인하거나 의사·약사에게 문의해야 한다.
어지럼증이나 저혈압 등 부작용 때문에 복용이 어렵더라도 스스로 약을 끊거나 용량을 조절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의해 치료 방법을 조정해야 한다. <출처: 유럽심장학회, 보도자료.이미지=chatgpt>
<이상현기자 gurumx@naver.com>
[성인병뉴스] 기사입력 2026-09-14,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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