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비를 심사해서 의료기관의 진료비에서 삭감토록 규정한 현행‘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의 구상권 행사가 적법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특히 의사의 보험급여비용 청구가 비록 불법행위로 간주된다 할지라도 건보법 53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백한 보험급여사유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민법 제750조 규정에 의한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권’행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지난 3일 오후 의협 동아홀에서 '약제비 부당 삭감 대책과 최근 행정법원의 판결’을 주제로 열린 제 11차 의료정책포럼에서 제시됐다.
이날‘최근 행정법원의 판결의 의의’를 발표한 박동진 교수(연세대 법과대)는“국민건강보험법 제 53조 제1항이 과연 부당한 약제비 징수 처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논점”이라며 공단이 손배청구를 하기 위해선 △제3자에 의한 보험급여사유 발생 △가입자에게 보험급여 △손배청구 범위는 그 급여에 소요된 비용의 한도 내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교수는 “의사의 진료행위 내지 보험급여청구로 동 법 제53조 제1항에서 말하는 보험급여 사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단측이 의사의 보험급여비용 청구를 불법 행위로 본다면 ‘민법 제750조’에 의한 손배청구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책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신창록 의협 보험이사는 “약제비 삭감 규모가 지난 2001년(하반기 이후) 17억원에서 2002년 162억원, 2003년 207억원 등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 2002년도와 작년도 국감 등을 통해 의료기관에 대한 약제비 환수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대책을 촉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6월1일 서울행정법원이 ‘약국 등 제3자가 수령한 급여비용에 대해 원고(의료기관)로부터 부당 이득으로 징수할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1심 판결로, “이제는 의사들이 규제의 틀과 제한에서 벗어나 교과서적 진료가 보장된 적정 진료 및 적정 급여가 가능한 관련 제도의 보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정 토론에 나선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회장은 “약제비 삭감 기준으로 약을 복용한 환자가 이롭지 못해서 인지, 아니면 고가약을 단지 사용했다는 이유인지를 소비자들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이는 약가 결정 과정에 잘못된 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 회장은 “처방전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삭감된 약제비의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의사들이 기쁘게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해 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상고심 판결에서도 더욱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석현 병협 보험위원장도 “의료의 질 향상 보다 재정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부의 건보 정책은 의사들의 소신 진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면서 수가의 합리적 개선과 적정화를 위한 ‘상설심의 기구 설립’ 및 ‘전문심사 제도 확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성인병뉴스] 기사입력 2004-07-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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