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태아 조직을 더욱 심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브라질 산모에서 태어난 한 사산아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태아의 뇌가 비어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이 병은 ‘무뇌수두증(hydranencephaly)’으로 알려졌다. 조직이 아닌 뇌강에 체액이 채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산아는 또 다른 부위에서도 비정상적으로 체액이 고여 있었다고 했다.
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 2월 25일자에 게재된 이 증례는 처음으로 중추신경계 이외의 태아 조직 손상과 지카 바이러스의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된 선천성 결손은 거의 전적으로 브라질에 국한됐고 소두증과 관련이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680례 이상의 소두증이 확인됐으며, 4,100례 이상의 의심 증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카가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실하게 입증된 바는 없지만, 연구자들은 그 증거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에 대해서 ‘세계적 보건 비상사태’로 선언했다. WHO는 지카가 미주 전역에서 약 4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일부로 전파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예일대학교 열대병전문가인 앨버트 코 박사에 의해서 브라질 살바도르에 있는 로베르토 산토스 종합병원의 안토니오 라이문도 드 알마이다 박사와 함께 주도됐다.
코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단 하나의 증례이기 때문에 일반화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결과가 이례적이다. 그는 해당 증례인 그 태아가 소두증일 뿐만 아니라 어떠한 뇌조직도 남아 있지 않았으며, “체액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체액은 폐와 복부, 기타 조직에서도 발견됐다. 이러한 결과는 태아수종(hydrops fetalis)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태아는 체액을 관리하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태아는 관절만곡증(arthrogryposis)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질병에서는 관절이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고정되게 된다.
고 박사는 모기가 옮기는 이 바이러스의 첫 증례가 2015년 처음 브라질에서 보고된 후 곧바로 지카 유행을 이해하기 위해서 현지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를 해왔다.
현재 지카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지카는 가벼운 발열과 발진, 충혈 등을 일으킨다. 감염된 사람들의 약 80%는 증상이 없어서, 임신부가 감염됐는지 여부를 알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구팀은 지카 감염증 혹은 기타 관련 바이러스(뎅기열 혹은 치쿤군야)의 징후가 없었던 20세 브라질 여성에 대해서 기술했다. 이 여성의 임신 첫 3개월 동안 외형적으로 정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 18주째 초음파를 통해서 태아의 체중이 몹시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30주째 중증 소두증 및 다른 선천성 결손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32주째 태아가 사망했으며, 유도분만이 이루어졌다.
코 박사는 이번 증례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사산을 유발할 수 있음이 암시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그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