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 "보편적 서비스 제공 검토"
말기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를 활성화하고 이를 위해 법적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회복불가능한 말기환자의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가 선택에 있어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근거 법을 마련하고, 법 제정 전까지는 평상시에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거나 자신의 죽음관을 미리 알리는 '생존시 유언장'(Living Will)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2차 수가개발 시범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해 건강보험을 통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3일 블로그('품위있는 임종'을 위한 완화의료와 건강보험)를 통해 "웰빙이나 힐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품위있는 임종'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대개는 북적이는 병원 한 켠에서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등 각종 치료에 시달리다 몸에 호스를 주렁주렁 매단 채 생을 마감해 가족과의 의미있는 이별의 시간이나 인간의 존엄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의 글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나라 말기암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연명치료를 하느라 가족들과 분리된 채 중환자실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비교적 이른 1981년에 '호스피스법'을 제정해 암환자의 64.3%(2010년 기준)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하는 등 활성화돼 있고, 프랑스는 2005년에 환자의 존엄사 선택권리를 보장하고 임종까지 간호와 호스피스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일본은 1990년부터 완화의료에 보험급여를 하고, 2007년에는 '암대책추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완화의료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만은 '안녕완화의료조례'를 비교적 늦은 시기인 2000년에 법제화했지만 현재 호스피스 병동, 가정호스피스, 자문형 완화의료팀 제도 등을 통한 완화의료가 활성화돼 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2003년 암관리법 제정 시 관련 조항이 생기면서 법적 근거를 갖게 됐고, 2010년 법 개정에 따라 국가차원의 본격적인 완화의료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현재 전국에 53개 완화의료전문병원을 지정·운영하고 있지만 말기암환자의 완화의료 이용률은 11.9%에 그치는 등 태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건보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쳐 건강보험 통계를 분석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말기암환자 진료비는 사망 직전 1~2개월에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 기준 사망 직전 1년간 진료비는 평균 2800만원으로 일반환자에 비해 입원은 14배, 외래는 3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직전 1개월분이 연간진료비의 36.3%를 차지하고 있어 임종 직전 진료비 지출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장은 "이처럼 임종 직전 의료비 지출이 많은 것은 마지막까지 치료에 힘쓰는 것을 가족의 도리로 여기는 문화와 연명치료를 중단할 경우 치료의 실패라는 비난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의료기관의 태도가 결합된 데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 △법적 기반 마련 선행 △완화의료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 필요 △완화의료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 등을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의사가 선택에 있어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근거 법을 마련하고 법 제정 전까지는 평상시에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거나 자신의 죽음관을 미리 알리는 '생존시 유언장'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현재 진행 중인 2차 수가개발 시범사업을 조속히 마무리 해 건강보험을 통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사, 간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형 완화의료팀'을 운영하거나 가정호스피스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완화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가정이 아닌 요양원에 거주하는 대상자에도 가정간호 제공이 가능하도록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아울러 "완화병동은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고 삶의 갈무리에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총체적 돌봄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인식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말기환자가 생애 마지막 시기를 품위 있고 평온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