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진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고용복지수석실 보건복지비서관 내정자가 돌연 교체되는 일이 발생해 보건복지부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비서관 인선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비서관 인선이 '깜깜이 인사'로 진행되면서 민정비서관 자리를 놓고 내정→취소→복귀 소동이 일어난 데 이어 보건복지비서관 내정자까지 갑자기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정치권에선 청와대 내부에서 파워게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청와대비서실 보건복지비서관에 당초 내정자로 알려진 김원종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대신 '행정고시 여성 2호'인 장옥주(54) 전(前)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8월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지 약 1년 반 만에 복귀하는 셈이다.이화여대 법학과 출신인 장 전 원장은 1981년 행시 25회에 합격했다. 당시 합격자 128명 중 홍일점이자, 행시 사상 두 번째 여성 합격자였다. 행시 여성 1호는 1973년(행시 13회)에 합격한 전재희 전(前) 복지부장관이다. 행시 합격자 절반 가까이가 여성인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장 전 원장(내정자)은 복지부 사무관을 거쳐 복지부 한방정책관·아동청소년정책실장·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사회복지정책실장 등으로 30년간 공직 경력을 쌓았다.
그래서 '고시 출신 첫 여성 차관'에 오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장 내정자의 경우, 복지부 재직시절 보건 분야가 아닌 복지 분야에서만 주로 근무해 상대적으로 보건의료 업무 수행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장 내정자는 지난 2011년 진수희 복지부장관 시절 공직에서 물러났다. 복지부 인사적체 해소를 명분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났다.
장 내정자는 퇴임 후 제3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을 역임하다 지난해 10월 복지부에 사표를 내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추진위원을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만든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편안한 삶 추진단 소속이었다. 편안한 삶 추진단장은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맡았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복지부 직원들은 믿지 못하겠다며 사실을 확인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였다.김원종 보건의료정책관(행시 31회)과 박민수 보험정책과장(행시 36회)은 일단 고용복지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행정관으로 급수를 낮춰 근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청와대 비서관은 1급, 선임행정관은 2급이다.
결과적으로 김 국장의 경우 수평 이동한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조직개편으로 일부 업무와 조직을 빼앗기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 비서관 내정자 교체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 정부가 신중한 인선을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정부 시절 고경석 복지부 국장이 보건복지비서관 후보로 청와대에 추천됐지만 청와대가 정상혁 이대 교수를 비서관에 임명한 사례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