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안전정책 범주 결정이 중요 변수 작용할 것'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개편 후속조치안이 지난 22일 공개된 가운데 새 정부에서 처로 승격되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업무를 놓고 관련 부처간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보건복지부 독립외청으로 있던 식약청은 총리실 직속의 처로 승격되면서 복지부의 식품 및 의약품 안전 기능을 일부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의약품 안전기능의 범주가 어디까지냐에 달려있다.
복지부는 식품 안전기능 이관에 대해선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었지만 의약품 일부 기능을 빼앗기는 것에 대해선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보건 분야의 핵심 축인 의약품 기능이 빠져나갈 경우 업무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23일 복지부에 따르면 식약청을 국민의 먹거리 안전관리를 일원화해 총리실 소속으로 격상한 조치는 바람직하지만, '의약품 업무는 보건의료정책의 틀 안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정책은 제조, 허가, 건강보험등재, 유통, 처방, 조제,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업무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부 내에서 의약품 안전기능은 의약품정책과가 수행하고 있다. 이 부서는 의약품 안전정책 수립 조정 뿐만 아니라 의약품 유통정책, 의약분업 평가, 의약품 분류, 마약류 관리, 약사법령, 약사인력, 의료기기 및 화장품, 안전상비의약품, 의약품 도매, 의약품 처방·조제지원 서비스(DUR), 리베이트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안전성 문제는 의약품 자체에 있기보다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정책 전반과 맞물려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무가 분산될 경우, 혼선이 가중된다는 것이 복지부의 주장이다.
실례로 줄기세포치료제 등 의약품 자체 안전성에 시비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된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은 일부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 의해 오·남용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의약품 자체보다도 누가, 어떻게 처방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안전성이 좌우되기 때문에 의료정책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의약품 분야의 업무 유기적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부처 산하에 '의약품안전본부'를 따로 두는 방안을 발제해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복지부안은 식약청의 경우, 식품을 전담하는 '식품안전처'로 확대개편하는 대신 복지부 산하에 의약품 전담본부를 신설하자는 것으로 지난 2006년 참여정부 때 한차례 추진됐다가 이번에 내부적으로 재논의됐다.
그러나 인수위에서 의약품 안전까지를 포괄하는 '식약처'를 원안대로 발표함에 따라 복지부의 계획안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의약품 안전기능이 어느 선까지 이전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아직 국회 법령 개정 절차가 남아있는데다 세부적인 부처 기능은 직제령 및 시행규칙에서 정해지므로 업무 범주에 대한 선긋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부적인 업무 분장은 행정안전부와 복지부, 식약청 3자 대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약품안전업무를 어느 선까지로 볼 것인가를 3자가 결론 내야 하며, 리베이트 등 민감한 업무의 이관 여부에 합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서는 의약품 안전이 단순히 의약품 사후관리에 해당하는 것인지, 제조·유통·처방 등 의료정책 전 과정에 이르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 부처간 업무분담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식약청 관계자는 "안전정책의 범주가 결정되는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인수위의 가이드라인이 나왔기 때문에 안전정책에 관해 부처간에 본격적으로 업무분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수위의 발표는 기존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의약품 정책기능은 그대로 있고 안전기능만 일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식품은 식약처로 이관하되, 의약품은 보건의료 큰 틀에서 복지부에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정책 이원화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의약품 기능의 식약처 이전을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의약품은 건강보험을 포함한 보건의료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식품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의약품을 무리해서 복지부에서 분리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식약처는 과거에 이미 논의한 모델이며, 식품은 식약처에 의약품은 복지부 내 본부가 맡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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