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괄수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비급여 진료비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전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학적 필요 의료(medically necessary'를 정의하고 급여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위원회(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하부 소위원회 포함) 설치와 함께, 10만원을 기준으로 포괄과 비포괄을 구분하는 현행 방식을 지양하고 포괄부분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재정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최영순 연구위원은 18일 '신포괄지불제 비급여 진료비 관리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신포괄지불제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범사업 1차년도에 비해 2·3차년도의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일각에서는 신포괄지불제의 비급여 진료비 문제는 기존의 행위별수가제에서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즉, 비급여 진료비 문제를 간과하게 될 경우, 기존 행위별수가제에서 발생했던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신포괄지불제에서 적용 가능한 합리적인 비급여 진료비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최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일산병원에 적용한 신포괄지불제 1차 시범사업 대상 20개 질병군의 연간 비급여 진료비의 변화를 분석하고 일본 DPC(Diagnosis Procedure Combination)제도에서의 비급여 진료비 관리기전을 파악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진료비 중 선택진료비와 병실료차액을 제외한 기타 법정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시범사업 차수가 올라갈수록 증가(1차 5.4%, 2차 5.8%, 3차 6.1%)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내과계보다 외과계 질병군에서 시범사업 차수가 올라갈수록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내시경을 이용한 주요 부비동 수술, 복강경을 이용한 전담낭절제술, 주요 경요도적 수술 등의 질병군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유의하게 늘었다.
행위·재료·약제 부분별 비급여 진료비를 살펴본 결과, 외과계에서는 치료재료비가 1차 19만6049원에서 2차 22만1558원, 3차 27만9965원 등 시범사업 차수가 올라갈수록 상승했다.
진료항목별 비급여 진료비는 내과계 질병군에서는 검사료가 1차 7301원에서 2차 1만5737원, 3차 1만8445원으로 증가했고, 외과계 질병군에서는 처치·수술료(20만1686원→22만7321원→27만4112원)와 검사료(1181원→3637원→5327원)가 같은 경향을 보였다.
최 연구위원은 "의학적 필요 의료를 정의하고 급여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위원회와 법적 제도적 규정마련이 필요하다"며, "의학적 필요 의료에 대한 근거중심 평가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0만원을 기준으로 포괄과 비포괄을 구분하는 방식은 지양하되, 병원수가적 성격인 행위와 약제, 재료등은 모두 포괄 부분으로 흡수하고 의사의 행위적 성격에 대해서만 비포괄부분으로 남겨둬야 한다"며, "의학적으로 필요한 법정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10만원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포괄부분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재정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는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위해 현행 행위별수가제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2007년부터 논의에 착수해 2008년에는 10만원 이상의 고가의료와 의사의 행위 성격의 수가는 비포괄수가 부문으로 정의하고 포괄수가 부문에서 분리해여 행위별로 보상하는 신포괄지불제 수가모형을 개발했다.
정부는 새로 개발된 신포괄지불제 수가모형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건보공단 일산병원을 대상으로 2009년에 1차 20개 질병군, 2010년 2차 76개 질병군, 2011년 3차 553개 질병군, 올해부터 4차 550개 질병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지난해 3개 지방의료원 76개 질병군, 올해부터는 40개 지방의료원 550개 질병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