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한 가운데,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병원(이하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근거(장치)를 내주 중에 마련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그간 세부 규정이 없어 외국인 투자가들이 병원 설립을 주저하게 만든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 영리병원을 유치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나 해외 의료관광객 유입은 물론, 국내 건강보험 적용은 안되고 비용이 비싸지만 내국인도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26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수 있는 영리병원의 외국면허소지자 비율, 정부의 세부 허가절차 등을 담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이하 경제자유구역법 시행규칙)을 법제처의 심사를 거쳐 내주께 공포할 예정이다.
이 시행규칙은 경제자유구역에 병원을 세우려는 외국투자자들이 미리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해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사전심사제를 명문화했다. 병원 설립에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투자자들의 투자위험(리스크)을 줄이고, 인·허가 절차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전체 의사 중 10% 이상, 진료 과목당 1명 이상을 외국면허 소지자로 배치해야 한다는 인력구성 기준도 넣었다.
정부 관계자는 "영리병원은 비록 국내 건강보험 적용은 안 되지만 내국인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따라서 비싼 돈을 내서라도 치료받고 싶은 국내 환자들이 있다면 외국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행규칙이 공포되면 영리병원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는 모두 구비된다"며, "이제 인천시 등 지자체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땅을 마련해 투자를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며 국제도시의 기반을 마련한 송도에 조만간 첫 영리병원이 들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을 만들고 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했지만 10년간 설립된 사례가 없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외치며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했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에 갇혀 답보 상태를 보였다. 업종 단체와 일부 시민단체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비가 폭등하고 의료 양극화가 심화되고,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무너질 것"이라며 영리병원을 반대해 왔다.
실제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곧 영리병원의 전면적 허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민중의 요구를 거스르는 의료민영화 전면 재추진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