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기관에서 전문의가 환자를 보도록 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시행 이후에도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상당수가 당직근무를 유지할 수 있는 진료과목별 최소 전문의 5인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선진통일당)은 21일 전국 414개 응급의료기관의 진료과목별 전문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당직 근무할 수 있는 진료과목별 전문의 수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올 6월말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응급의료기관별 과목별 전문의수'를 토대로 주1회 당직근무가 가능한 수준인 전문의 5인을 확보한 기관 현황을 파악한 결과, 총 20개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5명 이상의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는 △흉부외과 11곳(55%) △산부인과 5곳(25%) △소아청소년과 4곳(20%) △외과 3곳(15%) △신경외과 3곳(15%) △마취통증의학과 2곳(10%) △정형외과 1곳(5%) 등에 달했다.
이와 함께 총 115개의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개설한 과목 중 5인 이상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는 △산부인과 59곳(53%) △소아청소년과 58곳(52%) △마취통증의학과 53곳(46%) △외과 40곳(35%) △내과 13곳(11%) 등이었다.
또한 총 278개의 지역응급기관에서 개설한 진료과목 중에는 내과계열을 통합해도 133개소(48%)에서, 외과계열을 통합해도 127개소(47%)에서 5인 이상의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응급의료기관 당직전문의 근무형태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온콜(on-call)제도를 통한 당직근무를 허용한다고 했지만 개정 응급의료법 및 하위법령 취지를 고려할 때 응급의료에서의 당직은 상주 당직이어야 한다는 각계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응급의료기관 당직근무형태로 '상주 당직시스템'을 실제로 운영하려면 기관별 진료과목당 전문의 수 확인과 함께 과목별 순환근무를 위한 최소 전문의가 확보돼야 하고, 특히 환자 안전을 위해 전문의의 장시간, 연속근무를 피하고 응급환자 이외의 병동, 외래환자 진료를 위해 진료과목별 5인은 최소 확보돼야 한다는 게 문 의원의 입장이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18일 입법예고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전문응급의료센터'는 8개과(내과·외과·흉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및 마취통증의학과)의 각 1인 이상 △'지역응급의료센터'는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및 마취통증의학과)의 각 1인 이상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외과계열(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또는 신경외과) 중 1인 이상과 내과계열(내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및 가정의학과) 중 1인 이상' 당직전문의 등을 두게 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최초 입법예고한 진료과목조차도 당직전문의를 배치할 수 없는 것이 응급의료기관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문 의원은 이 달 4일과 12일에 응급의료 당직전문의제도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화 토론회를 연속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문 의원은 "응급의료 당직전문의제도에 대한 개선 논의에 앞서 응급의료기관 종별, 진료과목별 전문의 현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 의원은 "최소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한 채, 개정 응급의료법 및 시행규칙대로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할 경우, 전문의의 장시간, 연속근무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가 적정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on-call제도: 당직전문의가 응급의료기관 내에서 대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실 근무의사의 호출이 있는 경우에 한해 응급의료기관으로 이동하여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비상호출체계를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