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CT 등 기기 설치 과정에서 시험가동에 직접 나서는 등 반복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된 것이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방사선 피폭관리의 필요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 공중파 고발 프로그램은 치과용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혈액암 발병 소식을 방송했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와 CT 장비를 판매했던 이모 씨는 최근 다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이 림프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척추는 물론 이미 갈비뼈까지 암 세포가 전이된 상태였다.
평소 건강했던 이 씨는 림프종 발병이 자신의 직업과 연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계를 설치할 때마다 20여회 이상씩 피시험자로 나서 방사선에 노출된 것이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피폭 선량 누적이 치명적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치과용 의료기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흉부 촬영 선량의 1/10에 불과하지만 한 번에 20회 이상, 반복적으로 노출돼 피폭량이 누적된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여타 엑스레이 장비들이 촬영에 1초 미만의 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치과용 장비는 20여 초 이상 걸리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또 다른 치과기재 영업사원 전모 씨는 원래 기기 신규 설치에 따른 시험 가동 시 피폭량을 측정할 수 있는 TLD 배지(열 형광 선량계, Thermo-Luminescence Dosimeter)를 착용해야 하지만 회사가 지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영업사원들의 주장처럼 반복적 피폭이 혈액암 발병의 원인으로 보이지만 이를 의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이들이 얼마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됐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다. 선량계조차 착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위험한 상태에서 일하는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현지 촬영에 나섰던 기자들의 피폭 여부와 유전자 변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원자력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측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피폭관리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선량이 어느 정도 되면 인체에 유해하다는 식의 이론적 기준은 있지만 실제로 인체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유전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결국 유해관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 그나마 마련된 안전관리 기준도 쉽게 무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이 밖에도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피폭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문이 열린 채 촬영에 임하는 방사선사들, 심지어 촬영실과 기계 조작실 사이에 문이 없는 병원들 그리고 TLD 배지 지급을 꺼리는 병원들에 대한 실태가 소개됐다.
단국대의대 의예과 하미나 교수는 “방사선 분야 종사자들의 피폭률이 높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면서 “현재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방사선 분야 근로자가 6만 여명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피폭 유해관리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현아 기자] 기사입력 2012-07-23,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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