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U(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 : 고강도 집속형 초음파)를 피부미용에 적용한 의료기기를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국내 중소 의료기기 업체 A사.
이 업체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국내 B업체가 “A사 제품이 미국 C사의 특허를 침해해 분쟁 소지가 있으니 A사 제품 사용에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의료기관에 보낸 것이다.
특허분쟁에 휘말린 제품을 사용할 경우 의료인도 함께 처벌받을 수 있으니 A사 제품 사용을 중단하고 다른 제품을 알아보라는 취지의 공문이었다.
글로벌 경쟁사인 C사 특허 회피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던 A사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고 허위사실 유포 등 법적 대응까지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B사가 사과에 나서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자신들이 보유하지도 않은 특허를 활용해 신제품을 홍보한 전형적 노이즈 마케팅 해프닝이었지만 A사에게는 공든 탑이 한꺼 번에 무너질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의료기기 분야 특허는 시장점유율 및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특허가 가지는 의미가 여타 산업분야보다 더 크다.
특허를 보유한 업체는 이 특허를 지키기 위해, 경쟁 업체들은 시장지배 제품과 차별화되는 특허를 등록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특히,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특허분쟁에 휘말리면 바로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로 영세하기 때문에 대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분쟁 상대가 글로벌기업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러나 매출 30조 원의 글로벌기업과 70억 원의 국내 중소기업이 맞붙어 중소기업이 승소한 사례도 있다.
스텐트 등으로 명성 높은 글로벌기업 M사와 국내 T사가 특허무효 소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M사는 자사가 풍선척추성형술을 위해 개발한 의료기기를 T사가 무단 도용했다며 국내 최대 로펌을 동원해 소송을 걸었다.
1심과 2심을 거치며 엎치락뒤치락 하던 소송은 결국 대법원이 T사의 손을 들어주며 끝났다.
하지만 T사는 소송 기간 동안 특허분쟁 업체라는 타이틀 때문에 경쟁업체들과의 마케팅 싸움에서 밀려 70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다.
의료기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업체들은 중소 업체들과 의도적으로 특허분쟁을 치른 뒤 소송 중 경영난에 빠진 업체를 통째로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며 “규모가 큰 업체는 이런 식의 인수를 통해 다수의 특허를 한 번에 확보하기도 한다”고 특허전쟁 난맥상을 전했다.
국내 업체들끼리의 분쟁도 증가하고 있으며 소송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척추경 나사못으로 입지를 확보한 국내 S사와 경쟁업체 국내 M사가 최근 30억 원대의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S사가 척추경 나사못 생산을 위해 순차적으로 출원한 두 건의 특허(이하 1번, 2번 특허) 중 2번 특허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M사가 문제를 제기한 것.
M사는 S사가 출원한 2번 특허에 앞서 자신들이 먼저 2번 특허와 비슷한 내용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우선권을 주장하고 있다. S사 척추경 나사못 전량 폐기 및 30억 원 손해배상이 M사의 요구사항이다.
두 업체는 민사소송과 동시에 특허심판원에 우선심판을 청구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M사 관계자는 “특허 문제는 향후 사업 방향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사안에 접근하고 있다”며 “누가 패소하든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특허분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현아 기자] 기사입력 2012-05-07,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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