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건강보험이 시행되고 있으나 현행 의료보장체계의 보장성 약화로 의료비 때문에 생계에 지장을 받는 국민이 약 9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 129만 가구(약 310만 명: 비자발적 체납자)의 건강보험 체납자와 주민등록 말소자들은 자격측면에서 원천적으로 의료보장체계에서 벗어나 있고, 비급여의 과도함으로 의료비 지출때문에 생계에 지장을 받는 의료비 과부담 가구(의료비지출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가 약 전국민의 약 19%(2008년)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기존의 의료안전망이 불비해 개별적으로 지원사업이 시행됐만 현재는 의료안전망이 제 역할을 찾아가는 시점이므로 개별사업을 통합·운영해 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의료안전망 내에서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보사연이 20일 펴낸 보건복지포럼(3월호)에 '의료사각지대 해소방안'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우리나라 저소득 취약계층의 경우 유병률이 높아 스스로 의료비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신 연구위원은 최근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해 저소득 취약계층의 삶은 그 무게를 더하고 있으며, 의료비의 과중함 때문에 최저생계가 유지되지 않거나 최저생계비 이하의 계층으로 전락하는 가구가 늘고 있어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특단의 의료보장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선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방안으로 '의료안전망 기금'의 창설을 제안했다. 이 기금은 복권기금 등 국가의 재원을 통해 설치하되, 지원대상은 실업, 파산, 재난 등 긴급한 상황에 처한 가구, 소득 기준 일정 수준 이하의 가구로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고 있거나,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포함)가 일정 기준(예: 한달에 20만원 이상) 초과한 가구를 포함해 대불방법(분할 납부)을 통해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소득계층별 본인부담상한제 세분화 △전 국민의 약 5% 대상 건보료 면제 △비급여 본인부담보상제 도입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현재 시행 중인 건강보험 소득계층별 본인부담상한제(법정급여 범위내)를 보다 세분화해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즉, 소득 기준 하위 50% 이하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본인부담상한제의 소득 구간을 세분화해 30% 이하의 계층에게는 본인부담 상한선을 100만원으로 인하하고 동시에 소득 계층별 본인부담 차등제를 도입해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09년 기준 약 4540억원 소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소득 기준 하위 20%에게 입원의 경우 현행 20%에서 15%로, 외래의 경우 현행 30%에서 20%로 경감함으로써 과부담 의료비 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줄 것을 제안했다.
신 연구위원은 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건보료 면제는 경상소득 기준 최저생계비 이하의 계층 중 의료급여 수급자가 아닌 사람들(전국민의 약 5%)에게 건보료를 면제(약 2200억원 정도 소요)하는 것으로 고려할 것으로 주장했다. 최저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소득자이지만 부양의무자 조건, 재산의 소득 환산제 등 때문에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지 못한 계층에게 건보료를 면제해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의료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아울러 비급여 본인부담의 경우 '비급여 본인부담보상제' 도입을 권고했다. 상급 병실료 차액 및 선택진료료(일명 '특진료')를 제외한 비급여 본인부담액 중 일정액 이상(예: 30일 기준 30만원) 초과분에 대해 50%를 보상하되 우선 본인이 부담하고 사후적으로 신청에 의해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즉각 상환하고 건보가입자의 경우 건보료 수준(예: 전국민 기준 하위 20% 이하)에 따라 상환여부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비급여 본인부담 보상제는 당분간 공공의료기관 진료의 경우에 한정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급여 부분에도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보장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나 상한제가 도입되면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돼 이는 향후 추이를 보고 검토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신 연구위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을 넘은 오늘날 의료비 때문에 생계가 위협받고 의료비 때문에 최저생계비 이하로 전락하는 가구가 발생해선 안된다"며, "의료사각지대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 전 국민에게 실질적 의료보장체계가 완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건보 보장률은 지난 2005년에 61.8%에서 2006년 64.3%, 2007년 64.6%로 향상되다가 2008년에 62.2%로 감소했고 2009년에 64%로 다시 상승했으나 2010년도에 62.7%로 다시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