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질(質)을 높이기 위해선 병원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지역사회 중심의 일차의료서비스를 강력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는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는 만성 및 복합질환 환자들의 지원에 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의료의 질 향상이 향후 개혁의 핵심적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보건의료제도를 의료의 질 관점에서 평가하는 이 같은 내용의 첫 번째 보고서를 펴내고, 지역사회중심 의료서비스(community-based medical practice)를 개선해 건강성과를 향상시키고 병원방문빈도를 감소시킬 것을 26일 제안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OECD프로젝트지원단(단장 김선민) 주도로 분석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보건의료체계는 건강보험 확대와 제도개선을 거치며 의료서비스의 접근성과 평균수명 등 건강성과가 향상됐으나, 질병치료를 병원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보건의료비지출 증가율(연 8%)은 OECD 평균증가율(연 3.6%)의 2배에 달하지만 그 중 병원비 지출이 절반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급속한 고령화와 흡연 및 비만율 증가로 인해 향후 보건의료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그 대책으로 지역사회중심 의료서비스를 개선해 건강성과를 향상시키고 병원방문 빈도를 감소시킬 것을 제안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한해동안 한국의 조절되지 않는 당뇨로 인한 입원은(인구 10만명당 127.5건) OECD 평균(50.3건)의 2배 이상이며, 평균재원일수(16.7일)도 OECD 평균(8.8일)의 2배에 달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병원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국민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예방적 의료서비스 및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의 환자상담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 강력한 일차의료체계를 구축하고, 현행 행위별수가제는 과잉의료를 유발하고 진료비 통제기전이 미약하므로 DRG 등 보다 포괄적인 지불제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적 수준인 보건의료정보인프라를 활용, 공급자의 성과를 평가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고,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 확대, 임상진료지침 활용 등 의료의 질 관리전략을 보건의료체계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2월 26일(프랑스 현지시각) '한국 의료의 질 검토보고서(Health Care Quality Review : Korea)'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부터 3년간 10개 회원국의 의료체계를 질과 성과의 관점에서 심층 분석해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OECD 보건부(Health division)의 사업으로 추진됐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번 사업에 첫 번째로 참여한 국가이다.
심평원 김선민 단장은 "이 검토보고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해 그간 한국의 의료제도를 언급한 OECD 저작물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심도있게 분석한 첫 번째 보고서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OECD, 보건복지부, 심평원은 내달 14일 'OECD가 본 한국의 의료제도'를 주제로 국제포럼을 열어, 이 사업의 총책임자인 OECD 사무국 보건분과장(Mr. Mark Pearson) 및 국내 각계전문가들의 토론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