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응급의료법 개정으로 의료기관 및 구급차, 공공장소 외에 일정규모 이상의 주거장소에도 급성심정지 환자의 1차 처치를 위한 자동제세동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AED) 설치가 의무화 되면서 AED 보급이 가속되고 있다.
오는 8월 공동주택 의무설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관련 업계는 기능 개선 신제품과 가격대를 대폭 낮춘 가정용 제품까지 선보이는 등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AED 의무설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관련 업계의 배만 불리는 전형적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향후 보완해야 할 사항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AED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업체들은 필립스, 씨유메디칼시스템즈, 메디아나 등.
필립스의 경우 기존 장비의 성능, 크기, 사용성을 대폭 개선한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1/3까지 낮춘 가정용 제품을 출시해 쇼핑몰을 통한 온라인 판매 전략을 세운 상태다.
최근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국내 AED 점유율 1위 씨유메디칼시스템즈 역시 캐논코리아와 AED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하고 기업체와 관공서를 중심으로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메디아나 또한 KT와 함께 서울역 공중전화 부스에 AED를 설치하는 등 제품 보급에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 등 일선 보건의료인력 들은 이런 상황에 환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최한성 교수는 “급성심정지 환자에게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AED 보급 확대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심폐소생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2만 명 이상의 급성심정지환자가 발생하지만 소생하는 경우는 2.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한성 교수는 “급성심정지환자의 경우 생존율이 1분마다 10%씩 낮아지는데 AED를 적절히 사용할 경우 생존율을 높일 수 있어 보급 확산에 따른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차역, 공항, 항만시설 등 대형 공공장소 외에 아파트 등 주거지역까지 설치를 의무화 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실신한 환자가 급성심정지 인지 아니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저혈당 쇼크, 저체온증에 해당하는지 일반인들이 알기 힘들다”면서 “AED로 인해 오히려 병원도착 지연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혹시나 모를 일반인 감전사고나 응급구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책임소재, 설치된 AED의 관리 책임에 대한 부분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따라서 의무적으로 설치된 AED가 예산낭비,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응급구조인력의 초기 조치가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연락시스템 등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응급의학회의 한 관계자는"주거시설 보다는 교육기관이나 군부대를 추가 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일반 주거시설의 경우 구조대 출동이 응급상황 초기 대응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경희대병원 최한성 교수 역시 “국내 실정에 맞는 AED 설치 기준과 관리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보급된 AED가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만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정책적 후속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 구비의무와 관련한 현행 법률은 연면적이 2천 제곱미터 이상이거나 전년도 일일 평균이용객수가 1만 명 이상인 철도대합실(지하철 제외), 일일 평균이용객수가 3천 명 이상인 버스터미널, 경마장, 교도소, 정부청사 등 10개 장소를 의무설치 기관으로 정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건축법에 따른 공동주택도 의무 설치 장소에 포함되지만 아직 거주자 수 등과 관련한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
[백현아 기자] 기사입력 2012-02-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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