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영란)가 병원 입원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연대보증인을 세우지 못해 병원에서 입원진료가 거부되는 등 저소득층의 진료권익이 침해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비 대불지원사업'의 실효성 확보방안을 마련할 것을 보건당국에 권고하고 나섰다.
이는 최근들어 장애인, 노인, 중증질환자 등에 대해 무상의료 지원을 늘리는 등 저소득층의 의료안전망 강화를 위한 국가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차상위층처럼 국가로부터 무상의료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일시적으로 의료비 부담능력이 부족한 사회취약층의 의료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최근 저소득층 진료권 향상을 위해 의료비 대불 지원사업의 실효성 확보방안을 마련하도록 보건복지부에 정식으로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실제로 권익위가 전국 30여개 시·군·구 보건소와 8개 대형병원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가에서 저소득층에게 의료비용을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의료급여 대불제도와 응급의료 미수금 대불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1979년부터 시행된 의료급여 대불제도는 입원진료비가 없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진료비를 빌려주는 제도이지만, 증가하고 있는 의료비의 본인부담금 중 급여부분에 한해 지원하고, 입원시 많은 부담을 야기하고 있는 비급여 부분에 대해선 지원이 없어 의료장벽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의료급여 대불제도를 이용한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998년에 309건(2억 3000만원)이었으나, 2010년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7건(788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실정이다.
또한 1995년부터 응급상황의 환자가 진료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환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우선 지불하는 응급의료 미수금 대불제도도 실태조사 결과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표 참조>
이러한 현상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신청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한데다, 최종적으로 진료비가 의료기관에 지불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신청한 진료비에 대해 심평원이 지급을 거절하는 비율이 2010년의 경우 32%에 달해 수익성을 중요시 하는 민영병원일수록 제도 이용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권익위는 의료급여 대불제도의 지원범위를 치료와 관련된 비급여 본인부담금까지 확대하고, 의료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에 대해서도 의료비 대불제도 이용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또 응급의료 미수금 대불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대불 신청절차와 증빙서류를 보다 간소화하도록 하고 △소재가 불명한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비 지급방안을 마련토록 하며 △대불제도 이용률이 높은 의료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아울러 무상지원이 아니라 진료비가 없는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국가가 일시적으로 대납하는 진료비 대불제도의 본해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불 상한액 설정, 신청횟수 제한 △일정기간 경과 후 저금리 적용 등 제도적용 대상 확대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엄격히 차단하는 방안도 동시에 강구토록 권고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 권고는 경제적인 이유로 건강권이 침해되거나 병원 입원 과정에서 차별받는 등의 의료장벽 문제점이 해소돼 사회적 약자 계층이 더욱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