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의 10%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정신질환인 '우울증'을 초기에 치료하려면 SSRI계열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대비 가장 효과적이고, 이 약은 의사가 처방한 대로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치료율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특히, 우울증은 다른 어떤 정신질환에 비해 치료효과가 높은 질환임에도 불구, 정신과 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효과를 보기 전에 환자가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 이하 보의연)은 국내 우울증 치료현황과 경제성분석을 위해 2005∼200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를 이용해 우울증으로 처음 병원을 찾은 환자 6만6838명의 처방양상, 투약기간, 재발 관련성, 순응도 등을 조사한 결과, '세로토닌 선택적 재흡수억제제(SSRI)군' 약물을 우울증 1차 치료제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비용대비 효과적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8일 밝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시 첫 약물로 SSRI군의 항우울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TCA군(삼환계)의 항우울제는 SSRI군에 비해 우울증 재발 예방효과는 낮으면서 치료비용은 오히려 높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새로운 항우울제인 NAD군은 SSRI군보다 우울증 재발 예방효과는 좋았지만 치료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SSRI군으로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비용대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결과는 보험자 관점, 의료기관 종별, 비약물적 치료법 병행여부, 순응도, 재발에 대한 민감도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정신과 질환이 대부분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치료효과가 나타나긴 하지만 우울증은 제대로 치료하면 다른 어떤 질환보다 치료효과가 좋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들의 약물순응도 분석결과 항우울제를 꾸준하게 복용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울증으로 새로 진단된 환자 중 90일간 항우울제를 꾸준히 복용한 환자는 29%(90일 기준 Medication Possession Ratio 이하 MPR)에 불과했다. 과거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진료를 계속 받아오던 환자들도 항우울제를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34% 정도였다.
또한 항우울제 복용 순응군이 비순응군에 비해 우울증 재발위험은 35.4% 낮은 것으로 밝혀졌고 우울증 치료에서 개인정신치료, 집단정신치료, 가족지지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법인 정신요법을 약물치료와 병행하면 항우울제 투약순응도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훈 보의연 보건서비스분석실장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오랜 기간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정신과 약에 대한 괜한 불안감에 약 복용을 환자 임의로 중단해선 안된다"며, "1차 약물로 SSRI 단독요법을 추천할 수 있지만 심한 불안감이나 불면증 등이 동반되는 환자상태에 따라서는 임상적 판단에 따라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