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재산가와 전문직 고소득자들의 건강보험료 탈루·축소, 체납 실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자 중 고액을 체납하고 있음에도 병·의원을 이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현희 의원(민주당)이 14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고액재산가 및 전문직종의 건강보험료 탈루·축소, 체납자료'에 따르면 거액의 재산과 소득이 있음에도 위장취업과 소득축소로 건보료 납부를 기피하고, 고액의 건보료를 체납했음에도 병·의원을 마음껏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보공단은 고소득 전문직 사업장 특별지도점검을 통해 최근 3년간 3만3163건의 소득축소 건보료 80억원을 징수했다. 모 변호사사무실의 A변호사는 공동대표로 있으면서도 대표취득을 누락해 직장건보료 1300만원을 추징당했으며, 또 모약국의 B약사는 보수액을 축소해 160만원을 추징받았다. 또한 회계법인의 C공인회계사의 경우 차량유지비를 비과세해 건보료 250만원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역가입자가 허위로 직장가입자 자격을 취득해 거액의 건보료를 탈루해 적발된 현황도 최근 4년간 225건, 약 17억원이나 징수됐다. 지역가입자 D씨는 월 140만원을 납부하는 고액재산가이며 고소득 자영업자였지만 친인척인 모웨딩 대표자의 예식장 직원으로 취업해 직장건보료 월 5만원만 납부하다 건보공단 조사로 1900만원을 추징받았다.
또한 빌딩 임대인인 모 공인중계사의 경우, 월 150만원의 지역가입자 건보료를 납부해야 함에도 본인 빌딩에 세 들어온 임차인 회사에 직원으로 위장취업해 허위로 직장가입자 자격을 취득해 월 3만원의 건보료만 납부해 결국 1500만원을 추징당했다.
특히, 고소득·고액재산가임에도 100만원 이상을 체납하고 있어 건보공단의 특별관리대상자로 지정된 5만3106명 중 4만114명은 올 5월말 현재까지 1044억원을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징수율도 28.4%에 불과한 실정이다.
건강보험 부과기준 상 재산과표 1억원 이상이면서 100만원 이상을 체납한 세대가 2만1763세대였고 이들이 체납한 금액은 1305억원에 달한다. 또한 1000만원 이상의 고액을 체납한 세대가 841세대였고 체납금액은 110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고액재산가, 고소득자인 특별관리대상자 12만여명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병의원을 이용한 건수는 총 700만건이 넘어선 가운데 약 1726억원의 건보재정이 사용됐다. 고액체납자들은 매년 200만 건이 넘는 병의원 진료를 받았으며, 이들이 사용한 의료비로 건보공단은 매년 약 600억원에 가까운 건보재정을 지출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고액체납자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특별관리대상자 중 재산과표가 1억원이 넘는 고액재산가·고소득 체납자 중 경북의 E씨의 경우 2008년 40번에 걸쳐 8500만원에 달하는 의료비를 건강보험에서 지출케 했고, 2009년 대전시 F씨는 39차례, 1억1000여만원, 2010년 울산시 G씨는 33차례 1억800만원에 해당하는 고액의 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고액의 체납에도 불구하고 마음껏 건강보험을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현희 의원은 "고소득재산가들이 건보료를 납부할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보료 부과체계의 허점을 악용해 축소, 탈루하는 일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은 물론 악성 건보료 축소, 직장 위장취업자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소득재산가임에도 고액의 건보료를 체납한 사람들이 매년 200만건이 훨씬 넘는 병·의원 진료를 받아 600억원에 가까운 건보재정이 나간다는 사실은 성실히 건보료를 납부해온 대다수 일반 국민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며, "건보공단은 고액체납자가 부당하게 이용한 건강보험 급여비용을 조속히 환수하고 체납액을 징수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