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건강보험 급여비로는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재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어떠한 형태로든 약가제도(참조가격제)와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가재정운용계획 재정정책자문단인 '보건복지분야 작업반'은 지난달 2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열린 나라살림 토론회'에서 "현행 재정방식으로는 건강보험의 지속성 유지에 한계가 있으며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작업반은 개별 진료행위에 대해 진료비를 부과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질병군별로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부과하는 '포괄수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간 행위별수가제는 의료서비스 과잉 공급과 소비를 유인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작업반은 "2001년 약 13조원이었던 건보급여비가 지난해 약 34조원에 달하는 등 연평균 약 10.98%씩 의료비가 증가했다"며 "고령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 욕구 증가 등을 감안할 때 2020년 건보재정 규모는 87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약제비 지출을 합리화, 의료전달체계 및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업반은 특히, 질환 중증도별, 의료기관 종별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해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고, 약제비 관리를 위해 '참조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조가격제'는 의약품을 성분․효능별로 분류, 그룹별 기준약가를 산정해 기준약가의 2배까지만 건보급여를 인정하고 초과분은 환자본인이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아울러 건보재정 안정을 위한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해 보장성-수가-건보료 수준을 연동해 보장성 규모와 건보수가 수준이 결정되면, 건보료 수준이 자동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지난달 17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건보재정과 비용절감방안 국제세미나'에서 "지난 2000년 건강보험 통합 이후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변혁기에 있다"며 "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시점으로 한국의 건강보험은 중대 기로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건보재정의 안정화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지출 부문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 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진료비지불제도와 약가제도 개선"이라며 "현재 운용 중인 행위별수가제는 향후 급증하는 급여비로 건강보험을 지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공급자의 반대가 심한 과제이지만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8월까지 마무리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은 또 약가제도와 관련, 장기적 관점에서 참조가격제 도입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단계적으로는 약가인하 조치가 있을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자가 최소한의 지급만 하고, 상위 약을 선택할 때는 소비자가 선택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