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군 의료사고에 군 의료체계의 허술함이 드러나면서 '국방의학원' 설립이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를 열고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국방의학원 설립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국방의학원 설립법은 장병들을 위한 민생법안이자 선진강군의 토대를 닦기 위한 중요한 안보법안"이라며, "선진화된 군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6월 임시국회에서 장기군의관 양성을 위한 국방의학원 설립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신낙균 의원은 "최근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임시 방편에 불과하고 군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개선과 거리가 멀다"며 "이 법안이 좌초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병들과 그 가족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총리실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국방의학원을 설립하는 대신 매년 의대 정원에서 13명씩 별도 정원을 확보해 장기군의관을 양성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박 의원은 "국방의학원 설립에는 약 24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며, "국군수도병원 등 기존의 군 의무시설을 활용하면 예산의 큰 증가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박진 의원이 제출한 국방의학원 설립법안이 계류 중이다. 사실상 국방부가 마련한 것이나 다름 없는 이 법안은 정부가 지난 3월 차관회의에서 국방의학원 설립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였다.그러나 법안을 대표발의 한 박 의원이 정부의 철회 방침을 비난하고 나섰고, 여기에 다른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힘을 얻게 된 것.
하지만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의료계의 반대가 확고하다. 의협은 지난해 말 법안 발의 직후부터 현재까지 '국방의학원 설립 불가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즉, 의협 측은 군 의료인력 및 공공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잘못된 추계로 인해 한정된 예산을 불필요한 곳에 낭비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편 그간 국방의학원 설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NMC)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국방의학원 설립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박 원장은 "수도병원은 군의 3차 병원이다. 그러나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병원은 3차 병원 모두 의대를 가지고 있는데 군병원은 안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군인 중 돈있는 아이들은 민간병원에 가고, 돈없는 아이들은 낙후된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현재 화생방이나 세균전에 대한 연구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는 국방의학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강조했다. 즉, 현행 군대의 군의관 체계로는 지속적인 연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무 군의관은 3년만 복무하고 제대하는 상황에서, 군대에 남아있는 행정 군의관들이 각종 연구를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국방의학원 설립에 대해 병원들의 경쟁과 의료진 쏠림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유로 반대하기보다 넓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국방의학원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기구"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다들 개인적인 자리에선 국방의학원이 필요하다는 내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하는데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발언은 나와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더라"며 "국방의학원이 생기면 대학 간 경쟁이 심해질 것을 의식하거나 병원에 소속된 의사들끼리도 눈치를 많이 보고 있어 그러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