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식품의약품안전청 의료기기 전담부서 과장급 사무관이 대거 ‘물갈이’됨에 따라 의료기기업계서 불만이 제기 되고있다.
23일 식약청 및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의료기기안전국의 소속과장 중 일부는 다른 국으로, 다른 일부는 지방 또는 하급기관에 전출, 6명 중 4명이 자리를 옮기는 전례없는 인사를 단행했다. 부장급은 계약직으로 남은 기간을 채워야하는 만큼 바뀔 수 있는 실무책임자는 다 바뀌었다.
특히 의료기기안전국의 새 얼굴들이 기기심사와는 무관한 인사들로 채워져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분야인 만큼 이를 감안한 인사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했었다는 의견이다.
실제 업체들로서는 다양한 의견을 개진, 수용해왔던 소통통로가 막힌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 때문에 ‘워크숍’에 이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최근 인사발령된 새 부서장들과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 의료기기 수입업체 관계자는 “식약청이 아니라 복지부부터 의료기기관련 부서는 좌천 혹은 한번 정도 지나가야 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식약청 팀장으로 의료기기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이번 인사는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과장급(사무관) 3분의 2에 대한 자리 이동은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사조치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수입의료기기 심사 및 허가와 관련 특정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논란의 발단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전혜숙 의원(민주당)이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까다로운 허가절차를 받아야 하는 신종플루 진단장비에 대해 특정업체 제품은 간단한 신고만으로도 수입될 수 있도록 두 번씩이나 편의를 봐준 정황이 포착됐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의료기기는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에 따라 허가절차가 달라진다. 1등급의 경우 서류신고만 하면 돼 절차가 비교적 간소하나 2~4 등급의 경우는 시험성적서 제출 등 까다롭고 장기간에 걸친 허가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종플루 진단장비의 경우 유전자 증폭장치로 2등급 판정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업체인 LSK가 임의로 작성한 수입신고 서류만으로 식약청이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한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만약 부정이 드러났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단순히 자리 이동만으로 업체들의 대관업무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의료기기라는 전문 분야에서 정책을 만들고 관장하는 곳이라면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라도 잦은 인사이동은 불필요하다”고 비판적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식약청 대변인실은 “이미 준비돼 있던 인사가 국정감사라는 큰 행사를 마치고 시행되다 보니 시기상 그렇게 비춰진 것일 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바뀌었지만 업무의 연속성, 전문성을 다 고려해 진행됐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며 “최근 ‘끝장토론’ 등을 통해 전력해왔던 의료기기 규제 개선 분야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