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중1 년생인 아이의 체육책을 들여다 봤다. 올림픽 구호를 열심히 외우는 아이를 따라 나도 같이 외웠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구호를 외우다 보니, 이 구호가 바로 서양 스포츠의 근본 바탕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100m를 20초에 달리는 것보다 10초에 달리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다. 더 빨리 뛰는 사람이 더 잘한다고 칭찬을 받는다. 물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려면 빨리 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00m를 달리고 나서 심장의 박동수, 호흡 횟수, 맥박, 혈압의 변화등을 점검해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 1등이 되는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도 재미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100m를 빨리 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어느 정도로 달려야 사람 몸에 가장 좋은가’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운동량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선도 단전호흡이 추구하는 것은 생기가 넘치는 삶이다. 더 빨리 더 힘차게 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보다 더 건강한 삶이다. 병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기가 막힌 것'이다. 기가 막혀서 기혈이 잘 순환하지 못 하는 것이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숨을 쉬고, 어떻게 운동을 해야 기가 막히지 않고 잘 순환해 건강해 지는가. 국선도 수련은 외형적인 아름다움이나 운동량, 육체미나 신기록 달성이 아닌, 인간이 건강하고 밝게 살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자, 어떻게 하면 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국선도 수련의 원리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
◇ 밝은 생각
마음이 밝고 편안할 때 기가 잘 순환한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욕심,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혈의 흐름이 막히게 된다. 두려움에 싸이면 피부에만 소름이 끼치는 것이 아니라, 몸 속의 호르몬의 분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기혈의 흐름도 응축되어 잘 흐르지 못하게 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처세술이 아니라 양생법인 것이다. 사람이 웃게 되면 근육과 뼈가 이완되고 기운이 서로 통하게 된다. 어린 아이의 티 없는 미소를 보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누구나 다 느꼈을 것이다. 눈을 감고 내 표정을 생각해 보자. 찡그리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느껴보자.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 옆에서 나를 보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밝고 환한 웃음을 띠어 보자. 밝은 생각을 하든 어두운 생각을 하든 내 선택이지만 내가 건강하게 살려면 내 생각을 밝게 해야 한다.
◇ 깊은 숨
숨을 쉴 때도 내 몸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숨이 깊이 아랫 배까지 내려 갈 때 폐활량을 최대한 활용해 활기가 솟게 된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은 영양이 부족해 몸이 약한 것은 아니다.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해도 에너지화 하지 못해 에너지가 약한 것이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대로 영양분을 산소로 태워 열량이 발생하는 것이다. 호흡을 짧고 얕게 함에 따라, 영양분은 충분하지만 산소가 부족하므로 불완전 연소를 하여 에너지가 부족하고 기력이 없는 것이다.
건강하게 살려면 내 몸에 충분히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호흡을 해야 한다. 마음과 몸을 편안히 하여 복근이 충분히 이완되면 횡격막이 아랫배까지 내려가는 깊은 호흡을 하게 된다. 억지로 힘을 주어 깊이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이완 됨으로써 저절로 깊은 호흡이 되도록 해야 한다.
몸의 기(氣)는 곡선보다는 직선일 경우에 보다 더 잘 흐른다.
◇ 몸을 살리는 운동
운동은 재미도 있어야 하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몸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란 기혈이 잘 흐르도록 하는 운동이다. 물은 직각으로 구부러진 관 보다는 곡선으로 휘어진 관에서 잘 흐르고, 곡선 보다는 직선일 경우에 보다 더 잘 흐른다. 혈관 속의 피나 경맥 속의 기도 굽어졌을 때 보다는 펴졌을 때 잘 흐르고, 높낮이가 있을 때 보다는 평탄할 때 잘 흐른다.
그래서 사람은 누워 있을 때가 서있거나 앉아 있을 때 보다 기혈의 흐름이 순조로와서 편안한 것이다. 운동을 할 때도 누워 있을 때처럼 몸의 자세가 유지되어, 등은 펴지고 가슴에 힘이 들어 가지 말고 어깨는 편안해야 한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지 운동에 들어가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두 다리를 쭉 뻗고 몸을 앞으로 숙이는 동작을 생각해 보자. 보통 고개를 숙이고 등을 구부리고 몸을 앞으로 숙인다. 이렇게 하는 것보다 더 몸에 좋게 하는 방법은 없는가.
첫째 고개를 숙이지 말아야 한다.
고개를 숙이면 머리로 피가 몰리게 된다. 빠른 동작일수록 머리로 피가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숙일 때는 고개를 들고, 몸을 뒤로 젖힐 때에는 턱을 당겨 머리로 피가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가슴에 힘이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누워 있을 때에는 등이 펴져 있고, 명치부터 배꼽까지의 오목가슴 부위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평평하다. 몸을 앞으로 숙이더라도 이 부위가 힘이 들어가 답답해지면 안 된다.
셋째 무릎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
등을 편 채로 몸을 앞으로 숙이면 무릎 밑이 당기고 아픔을 느끼게 된다. 몸을 많이 숙이려고 애쓰지 말고 등을 편 채로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로 몸을 숙여야 한다.
넷째 발끝까지 기운이 뻗치도록 해야 한다.
만족이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육체적인 문제이다. 발끝까지 기운이 꽉 차는 것이 만족인 것이다. 고개를 들고 등을 펴고 무릎을 편 채로 몸을 앞으로 숙이면 발끝까지 저절로 기운이 뻗치게 된다.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발끝까지 기운이 차도록 하는 만족이 되는 동작을 해야 한다.
다섯째 천천히 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빨리 서두르는 행동을 하다가 기가 막히고 병이 들었다. 운동을 할 때 서두르지 말고 여유 있게 하면 마음도 여유가 생긴다. 빨리 하다가 병이 났으면, 그 반대로 천천히 해서 균형을 맞추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천천히 운동을 하면 어느 정도가 내 몸에 맞는지를 느낄 수 있다. 자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이 나를 살리는 운동이다. 방바닥에 앉아 있을 때만이 아니라 서 있거나 의자에 앉아서 몸을 앞으로 숙일 때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