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대한암학회(KCA)가 생겼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암환자를 중심에 둔 학술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환자들이 다학제 진료에 기반한 최선의 치료를 받아 생존율뿐 아니라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것입니다.“
국내 암 치료율은 많이 높아져 5년 상대생존율(일반인과 비교한 생존율)이 70%를 넘었다. 하지만 암 환자가 계속 늘어나 사망자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
올해 암 유병자(암을 치료 중이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는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어 암 이후의 삶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지난 6월 취임한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58)은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병리학 등 암 연구와 진료 환경이 바뀌고 있다"면서 "기존의 진단 및 치료법뿐 아니라 변화하는 테크놀러지를 받아들이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게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 이사장은 "젊은 세대들이 참여하는 학회가 될 수 있게 기본 틀을 바꾸고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연구소·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학회 50년 사상 여성의학자로는 처음으로 이사장 취임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임기는 2024년 6월 21일부터 2026년 6월 26일까지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기념학술대회 등 행사를 가진 바 있는 암학회는 아시아 암학회를 통합한 AOS(Asian Oncology Society)의 주도 기관이다. 2025년 AOS학회 유치와 함께, 아시아의 암 진료와 연구 및 교육을 이끌고 있다.
또한 JSCO(일본임상종양학회), CACA(중국암학회), FACO(한중일 암연구체) 등과의 활동을 통해 아시아의 선도 기관으로 탄탄한 위상을 굳혔다.
세계적으로는 AACR(미국 암연구학회)와 긴밀한 교류가 이뤄져서 매년 AACR-KCA 공동심포지엄을 연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유럽종양학회(ESMO) 등과도 교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암 정복의 희망봉을 돌긴 했으나 아직 암과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라 이사장은 위암학회, 간암학회, 폐암학회 등등 전문 암학회들과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2016년부터 대한암학회 주도의 암관련학회 협력위원회가 시작되었고, 12∼16개 학회가 참여하여 현안을 논의하고, 공동의 안건에서의 컨센서스를 위한 의견 교환 및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암학회에서 한 개 세션을 마련하여 학술교류도 합니다. 그동안은 진행성 암의 치료율을 올리기 위해 항암치료에 좀 더 중점을 두는 노력이었다고 하면, 미래의 50년은 예방과 조기발견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역시 다학제적 접근으로 여러 학회와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려고 합니다.“
암은 이제 만성질환이라고 할 정도로 치료율이 높다. 국가적으로 치료비 지원도 막대하다. 지금보다 좀 더 발전적인 방안은 없을까?
라 이사장은 "효율적인 치료비 지원, 즉 급여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정부에서 다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와 환자가 같이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더 많은 환자를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학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을 비롯한 몇 가지 암과 대부분의 초기암들은 응급이 아니며, 진행성 암도 완치할 수 있고, 4기 재발·전이암이라도 장기 생존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암에 의해 휘둘리는 삶을 벗어나야 한다.
라 이사장은 "의료진과 학회는 이렇게 환자들이 병과 시기에 따라 남은 삶을 적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계획하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에 진입한다. 노년기 암에 대해 암학회·의료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라 이사장은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모든 암 분야에서 노인암 전문가가 필수적입니다. 현재 노년내과가 있어 일부 담당하고 있지만 외과계, 내과계, 정신건강의학과, 완화의료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노년 전문분야가 있어야 하고, 그중 암을 집중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해야 합니다."
■라선영 암학회 이사장은
1990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7년 연세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쳐 1995년 전문의자격을 취득했다.
연세대 의대 암전이연구센터 중개연구실 실장, 세브란스병원 및 연세암병원 종양내과장, 송암 암연구센터장, 연세동곡의학교육원 교육연수센터장,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비뇨기분과부인종양분과장, 대한위암학회 학술위원·보험위원, 한국임상암학회 국제협력위원장, 대한암학회 총무이사·학술이사, 대한내과학회 학술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안전성평가 전문위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요즘도 지난 20년간 해온 전이성 위암의 특성과 치료 약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위암의 복막전이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분야라, 위암의 복막전이 유래 세포주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하여 특성 확인 및 신약 스크리닝을 진행 중이다.
중개연구로는 최근 위암에도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들의 ‘최적의 환자 선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기존의 표지자 이외 최신 기법인 RNA 유전체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최신 약제들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자군 선정을 위한 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