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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동락 - 이헌영 (세영 정형외과 원장)
성인병뉴스 ( | ) 2010-06-21 오후 2:01:00

2007년1월26일, 금요일 오후4시 교대전철역을 출발한 14K 30명은 서울의 진눈깨비 전송을 받으며 오후 7시 인천연안부두에 도착, 오하마나 여객선을 탔다.

호화여객선을 타고 현란한 무도회에 참석하고 서해의 밤하늘별을 감상하며 ‘친구여! 바다여! 산이여!’를 목청 놓아 부르리라. 선상에서 아름다운 일출을 맞으리라. 한라산 백롬담에서 눈 축제를 하고 천지의 얼과 백롬담의 얼을 하나로 섞으리라! 이렇게 호화판 크루즈여행 꿈을 꾸며 정원 약 1000명의 오하마나호에 승선했다.

12만원으로 2박3일의 호화 유람선 크루즈여행과 한라산 산행을 꿈꾼 내가 염치가 없지만 일단은 기대를 하며 배정받은 여객선 6층 이벤트 홀로 들어섰다. 대 강당(이벤트룸)에 3단 패드 요하나, 모포한, 베개 하나 씩 배급받아 약 3~4개조 120~150명가량의 혼합 혼성 등산 팀이 자리를 잡으니 완전 만원이다.

걸어서 밖으로 나가려면 남의 침상을 밟고 나가야한다. 거기다 약 3~40명씩 끼리끼리 둘러 앉아 중간에 틈을 내어 부둣가에서 사온 회와 소주로 파티를 벌리니 “오! 하마나!” 호와 여객선은 거리가고 바람찬 흥남부두 철수 피난선 위의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한라산 여행은 동고동락의 고와 락으로 시작되고 이어졌다.

14K는 둘러앉아 박진, 김용후, 조정현 동문, 그리고 정희수 기사 등이 애써 마련한 회와 소주를 마음껏 즐겼다. 일류 일식집에서 먹는 요리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팀별 파티가 끝나고 밤이 깊어갔다. 그러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밤하늘의 별은 캄캄한 구름 속에서 나오질 않는다.

조용히 잠자리에 드는 사람, 여성 팔씨름 대회, 라이브 가요무대, 선상 불꽃놀이 등으로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사람, 술에 곯아떨어져 세상모르고 꿈속을 헤매는 사람, 배 멀리로 고생을 하는 사람 각양각색이지만 일견하여 훑어보면 매우 질서 정연 한 것 같다.

한잔하고 있는 도중 곁눈질해보니 나의 잠자리 옆에 다른 팀의 처녀가 자리를 잡고 누워있다. 내가 코를 많이 고는데 코고는 할아버지가 소주 냄새를 풍기며 옆에 누워 있으면 저 처녀의 심정은 어떨까? 내 잠버릇이 고약하여 온 방을 헤매는데 오늘 밤을 온전히 보낼 수 있을까?

즐겁고도 고약한 생각을 하며 등산복을 입은 채로 잠자리에 들었으나 그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탈도 없이 잘도 잔다. 나도 깊은 잠에서 깨어 보니 비교적 얌전하게 잔 편 인지 내 자리에 내가 있었다. 꿈결에 내 다리가 몇 번 처녀의 엉덩이를 걷어 찬 것 같은데 그 처녀도 아무 불평 없이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보니 내가 신사도를 지킨 모양이다.

나는 신사라 치고 저 많은 취객들이 어떻게 저렇게 질서 정연하게 잘 살고 있을까? 집에서는 내 코골이 때문에 아내가 자는 나의 머리를 돌리기가 바쁜데! 돈 많은 귀족 성향의 사람들은 이러한 재미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동고동락을 알고 산과 바다를 즐기는 친구들은 삶의 참 맛을 아는 친구이다.’라고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아침 9시경 오하마나 호는 제주항에 입항했으나 기대했던 선상일출 구경은 할 수 없어 다음 기회로 미루고 선상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 후 기다리고 있던 관광버스에 올랐다.
여러 학교의 R.O.T.C 출신으로, 박진 대장 후배라는 8명의 건강한 사나이들이 우리 버스에 동승했다.

밖은 눈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한라산의 차도에 하얀 눈이 쌓이기 시작하자 우리의 마음은 눈 축제의 꿈으로 부풀기 시작했다. 허나 어리목도 못미처 우리가 탄 버스는 이리저리 미끄러지더니 급기야는 옆 도랑으로 쳐 박힐 뻔했다가 가까스로 길옆에 멈추어 섰다. 잘못했다가는 대형 교통사고가 날 뻔했다.

동고동락은 좋지만 동행참사는 싫다. 자주 눈이 오는 한라산의 겨울 산행을 인도하는 관광버스가 스노타이어도 없이, 스노체인도 하지 않고 귀중한 40명을 태우고 눈 오는 날 산행을 하다니?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우리 일행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박 대장을 보니 불평도 할 수 없어 “야! 이렇게 함께 고생하는 것도 재미있다. 한라산 꼭대기 백롬담이야 자주 보았으니 이 눈 속에서 뒹굴다 가면 되지!”라고 위로하며 기다리자 다른 교체버스가 왔다. 어리목을 향해가던 이 버스도 어리목도 못미처 스톱하고 우리는 걸어서 어리목을 향했다.

우리는 스패츠, 아이젠, 비옷 등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약 2km 남았다는 어리목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눈에 미끄러지는 자가용들, 주위의 목장에 어슬렁거리는 제주 조랑말들을 구경하며 모두 은빛으로 변하는 나무들을 보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어리목에 도착했다.

우리를 반기는 것은 커다란 까마귀 떼들이었다. 그들이 우리가 반가워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반기는 것은 라면 부스러기 등, 우리가 먹고 버린 음식물 찌꺼기라는 것이다. 천막 속에서 눈을 피해 찬 도시락을 펼쳤으나 밥은 얼어 전혀 맛이 없다. 박대장이 나누어주는 라면국물을 얻어 말아먹으니 그대로 먹을 만했다.

점심 식사 후 원하는 사람은 1, 20분 더 걸어 올라가 눈꽃 구경을 하고 내려오자는 박대장의 권유에 따라 윗세오름 쪽으로 눈을 구경하며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조용한 설경은 형언키 어려운 마음의 감동을 주었다. 이런 멋있는 설경을 보면서 왜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일까? 그래서 일행을 앞으로 보내고 뒤로 슬슬 처지기 시작했다.

와이프를 집에 두고 혼자 온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점심때 먹은 찬 도시락 때문인지 살살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때 김용후 동문과 권명 동문이 뒤따라와 함께 조금 쉰 후 어리목으로 다시 내려왔다.

제주 시내의 수협부근 식당에서 R.O.T.C 팀과 합류하여 고등어조림, 매운탕 등으로 모두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소주잔을 돌리고 있었다. 내게도 소주잔이 왔으나 배가 좋지 않아 사양하고 서관주 동문이 가져온 포도주만 한잔 먹었다.

나는 배가 아파 슬그머니 빠져 화장실을 찾았다. 통 위에 올라앉자 내 세상이다. 시원한 거사를 엄밀히 시행하고 있는데 신나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박찬배, 조정현 동문이 흥에 겨워 R.O.T.C 팀에 합류하여 군가 등을 신나게 불러대고 있었다.

당구 귀신(박찬배, 조정현)들은 R.O.T.C 팀과 합세하여 당구를 친다고 그 잠깐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하다가 약속시간을 어겼다. 이들을 혼내주기 위해 버스를 먼저 출발시켰다. 뒤늦게 도착한 이들은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하기야 노름판에 정신을 뺏긴 남편을 길들이려는 마누라처럼 처량한 신세도 없지!

귀경을 위하여 저녁 7시경에 다시 오하마나에 승선했다. 우리 팀은 식후에 선상에서 벌어진 디스코 등 춤 경연대회에 박대장의 부인 윤희섭씨와 조정현 동문이 출연해 젊은이들을 물리치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군대 막사보다 좁은 방 가득히 여객들을 몰아넣어 오늘밤은 앉아서 자야겠다고 고생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젊은이들이 회와 소주파티에 질렸는지 다른 곳으로 피해주어 그런대로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다.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태양, 인천 부두에서의 마무리 회식, 비록 힘들긴 했으나 동기동창끼리의 동고동락은 화려한 고급 외국 여행보다 훨씬 기억에 남고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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