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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베르크 변주곡 - 조재범(성애병원 과정의학과)
성인병뉴스 (cdpnews@cdpnews.co.kr | ) 2009-05-11 오전 10:58:00
조재범(성애병원 과정의학과)

얼마 전 아이들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만화영화를 보았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제목의 만화였는데 어른인 내가 봐도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 속 여주인공이 시간을 뛰어 넘을 때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렸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었다. 예전에 『잉글리쉬페이션트』와『양들의 침묵』이란 영화에서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영화음악으로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 만화영화에 쓰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주인공이 시간을 뛰어넘는 환상적인 장면에 너무 잘 어울리게 1번 변주곡이 흘러나왔다. 개인적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가장 잘 사용한 영화는 이 만화영화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영화 뿐 아니라 최근에는 TV드라마에서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종종 듣게 된다. 이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어렵고 재미없는 고전음악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대중적으로 친근한 음악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렇게 되기까지 가장 큰 공을 세운 인간이 글렌굴드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렌굴드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고 혜성처럼 나타난 피아노계의 이단아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으로 분리되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었다. 매니아가 되던지 지독한 혹평을 하던지 둘 중 한 가지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한여름에 겨울코트와 장값을 끼고 연주회에 등장한다던지 어느 곳에서 연주하더라도 자기가 직접 만든 피아노 의자를 꼭 들고 다닌다던지 연주할 때 흥얼거리는 기행은 그의 연주의 기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함께 등장한 그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녹음한 작품도 『골드베르크』였다. 7장정도 『골드베르크』음반을 갖고 있는데 나도 글렌굴드의 음반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이 곡은 1개의 아리아와 30개의 상당히 많은 변주로 이루어져 있다. 변주는 주제곡의 느낌을 잃으면 더 이상 변주가 아닌 새로운 곡으로 변하게 된다. 주제를 잃지 않고 이렇게 많은 다른 분위기의 변주곡을 작곡할 수 있는 능력은 바흐처럼 뛰어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천재성으로 보인다.

변주곡에서 내가 느끼고 싶은 감성은 섬세함이다. 섬세함은 예술이란 주제에 있어서 나에게는 중요한 의미이다. 변주(variation)에서 미묘하게 변해가는 곡의 흐름은 다양함(variety)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섬세한 변화들이 미묘한 자유로운 공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다양함은 자유를 위미하기도 한다.

주제의 획일화된 복사가 아닌 미묘한 변화속의 변주를 통해 새로운 주제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주제의 통일성을 잃은 변주는 방종이 되기도 한다.
모더니즘의 특징을 단순한 아름다움의 미니멀리즘에서 찾는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은 다양성이 인정되는 변주에서 찾을 수 있다며,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든 문화계를 강타하던 대학시절에 인문학과 학생들과의 세미나에서 변주의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특징을 철없이 떠든 적도 있었다.

어린마음에 슬퍼서 견기디 힘들 날이 있을 때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하루 종일 듣던 날도 있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제는 추억과 함께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소중한 음악이다.

조재범(성애병원 과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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