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에 시달리는 20~30대 여성
<삼국유사>에는 변을 잘 누어 왕비가 된 처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의 22대 지증왕(500~514년)의 왕비가 된 모량부 상공의 딸이 그 주인공이다.
지증왕은 음경이 한 자 다섯 치로 매우 길어 마땅한 신부감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전국에 사자를 보냈다. 이 때 모량부라는 지방에서 큰 개 두 마리가 큰 북만한 똥덩어리의 두 끝을 물고 으르렁거리는 진기한 장면이 한 사자의 눈의 띄었다. 사자는 마을 주민으로부터 상공의 딸이 빨래를 하다 수풀 속에 숨어 눈 똥덩어리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자는 곧바로 상공의 집으로 찾아가 딸의 키가 일곱자 다섯 치나 될 정도로 큰 것을 확인했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지증왕은 수레를 보내 그 처녀를 왕비로 맞아들였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시대에 지증왕비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다름 아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잘 먹고(쾌식), 잘 자고(쾌면), 변을 잘 누는(쾌변) ‘3쾌’를 건강의 조건으로 손꼽아왔다. 잘 먹는 것 못지 않게 잘 자고 변도 잘 눠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변비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진짜 변비인지, 배가 더부룩하거나 붓는다는 느낌 때문에 하제를 자주 복용하는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많은 젊은 여성들이 변비 증세를 겪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젊은 여성들은 우선 대부분 식사를 적게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 변을 시원하게 보기 위해서는 대변의 양이 일정 정도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먹는 양이 적으면 변비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둘째, 배변을 위한 장의 수축작용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식후에 주로 발생하는데, 젊은 여성들은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아 아침 장운동이 떨어져 변을 밀어내는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세째, 조금이라도 더부룩한 느낌을 참지 못하거나 변을 보지 않으면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으로 인해 하제를 자주 복용함으로써, 약물 없이는 정상적으로 변을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네째, 수분 섭취량이 적거나, 카페인 음료의 지나친 섭취로 이뇨작용이 심해지는 등의 이유로 수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변비에 걸리기 쉽다.
젊은 여성들의 변비는 이런 배경 아래 대부분 항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배변 근육의 이완장애로 인해 장이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을 보인다. 특히 장경련 변비는 배에 가스가 차면서 토끼똥 같은 변을 누는 게 특징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생기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증상이 계속 악화된다.
일반적으로 변비는 전인구의 5~20%에서 경험하는데, 변비 유병율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2~3배 높고, 젊은 여성의 경우 20% 이상이 변비로 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의 변비 유병율은 식사량의 증가 등을 이유로 나이가 들면서 떨어졌다가 65살 이상 고령이 되면 대장 운동의 저하, 전신적 운동 부족, 신경계의 문제 등으로 인해 다시 증가한다.
여성 변비환자가 남성 보다 더 많고 증상도 훨씬 심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같은 양의 식사를 했을 때 남자는 1%만이 50g 이하의 적은 양의 변을 보는 것에 반해 여자는 17% 정도가 그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음식 섭취량의 감소, 불규칙한 식사시간 등으로 인해 장운동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월경 주기에 따라 핏속에 프로게스테론이란 성호르몬이 증가하는 생리 직전 황체기에는 음식물의 전체 위장관 통과시간이 증가하고, 임신 3기에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는 시기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여성호르몬 중 프로게스테론이 장의 평활근 운동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다이어트 핑계 식사 거르면 장운동 약해져
식이섬유·물 충분히 섭취‥카페인 음료 삼가야
성호르몬은 남성 변비의 원인으로 꼽히지 않는 등 남성 변비환자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여성들과 비교된다. 남성은 과일, 채소 등의 식이섬유가 많은 식사 보다는 고기, 육가공식품 등을 주로 섭취하는 잘못된 식습관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또 직장일이 바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배변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등의 이유로 배변 자극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기 쉽다. 이밖에 여성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장경련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변비환자가 증가하는 특징적인 이유로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고, 절대적인 신체활동량이 줄어드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채소와 잡곡을 위주로 한 식사가 대부분이었던 1960년대에는 섬유소를 하루평균 39g 섭취하였으나 현재는 22g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이섬유를 하루 25~35g 정도 충분히 섭취하고 될수록 많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식이섬유는 위장관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식물 성분으로 배변의 양과 횟수를 증가시키고 대변을 부드럽게 하며, 운동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어 대장 통과시간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수분을 하루 2ℓ 이상, 컵으로 8~12컵 정도 먹는 것도 대변이 딱딱하고 양이 적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몸의 모든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특히 자율신경 부조화로 인한 배변 근육 수축 및 이완장애를 일으켜 경련성 변비를 주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변의를 느낄 때 무시하지 말고 즉시 화장실에 가고, 변비가 있다고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지 말고 배변시간을 5분 이내에 마치는 등 올바른 배변습관을 갖도록 한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도움말=김유선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변비클리닉 교수,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백일현 강남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1.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가 전체 배변 횟수의 1/4을 초과
2.덩어리지거나 단단한 대변이 전체 배변 횟수의 1/4을 초과
3.배변 후 잔변감이 전체 배변 횟수의 1/4을 초과
4.배변 시 항문이 막혀있는 느낌이 전체 배변 횟수의 1/4을 초과
5.배변을 돕기 위한 수조작이 필요한 경우가 전체 배변 횟수의 1/4을 초과 (대변을 손가락으로 파내든지, 골반저를 지지하는 조작을 하는 등)
6.주당 3회 미만의 배변
위 증상 가운데 2가지 이상이 지난 12개월 중 12주 이상 (연속되지 않아도 됨) 나타난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