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쓰레기만두' 사건으로 청 발족이래 가장 큰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식약청의 존재 가치문제로 까지 비화되고 있는 등 적잖은 내홍을 겪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너무나 큰데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까지 가세한 형국이어서 불량 식품을 근절할 제도적 장치의 마련은 물론 실무적인 책임도 면키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식약청 직원들은 전반적으로 본질보다는 '쓰레기 만두'라는 자극적인 용어로 연일 대서특필하여 국민 정서를 극한으로 몰고 간 여론에 대해 씁쓸한 감정을 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과거 우지 라면 사태 등에서 보여주듯 관련 산업의 실상은 도외시한 무분별한 한건 주의식 여론 몰이의 피해가 극심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심정은 일부 이해할 수도 있으나 경찰청에서 넘겨 받은 불량만두 생산업체에 대한 명단을 홈페이지에 한 때 게재한 후 곧바로 내리는 등의 미숙한 대처는 식약청의 현 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졸렬한 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이 국민의 「먹고, 고치고, 예뻐지는」문제를 관장하고 있는 한 그 임무는 중대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도 엄격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약청이 앞으로 수행해야 할 임무와 그 존재양식에 대한 몇 가지 주문을 새삼스럽게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의 신뢰를 받고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철저히 자주적이요, 편견 없는 독자적 견해를 개진해야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식·의약품 관리에 대한 구상이 있겠지만 관료적 사고방식에 의한 행정편의 위주의 정책을 묵묵히 지지하거나 추종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구태의연한 허구적·장식적 존재 밖에는 다른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만두 사태가 그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는 셈이다.
둘째 정부는 식약청 발족의 근본취지에 입각하여 온전한 기구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정열을 쏟아 부어 달라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안전기준을 설정하는 등 미비한 위해 요소의 판정기준을 조기에 완비해야 하겠지만 이왕에 독립된 기구로 발족된 바에야 미국 FDA 등 국제기구에 걸 맞는 예산 및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진외국의 안전성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고, 그들 기구와 대등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과 확보, 시설 및 검사장비의 대폭적인 정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현재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는 관련 법령 및 제도도 식약청으로 옮기는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로 식약청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정부는 허심탄회한 입장에서 식약청의 건의를 받아들이고 합리적인 것은 기꺼이 섭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어떤 사안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 놓고 식약청을 단순히 절차상의 기구로 이용한다는 편의성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형식은 독립기구이면서도 실제는 복지부의 산하기관의 성격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식품·의약품의 안전 문제에 관한 한 식약청은 대법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식·의약품의 위해 논란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불안이 없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쟁의 최종적인 판결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는 식약청이 명실상부 독립 외청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